美 연준, 은행 암호화폐 사업 제한 지침 전격 폐지…"규제 환경 변화 반영"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5-12-19 12:27 수정 2025-12-19 12:27

2023년 가이던스 철회, 제도권 금융-암호화폐 융합 가속 전망

디자인=블록스트리트 정하연 기자
디자인=블록스트리트 정하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은행의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제한해 온 2023년 지침을 17일(현지시간) 전격 철회했다. 연준은 금융 시스템과 혁신 상품에 대한 이해가 진전되면서 기존 규제가 더 이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연준 감독 대상 은행과 무보험 은행의 암호화폐 관련 활동을 제한하던 2023년 가이던스를 공식 폐지했다고 밝혔다. 해당 지침은 '동일 활동·동일 규제(Same Activity, Same Regulation)' 원칙에 따라 무보험 은행에도 연방 예금보험 가입 기관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왔다.

이 지침으로 인해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 제공 등 일부 사업이 제한되면서 연준 회원 자격 유지나 핵심 금융 인프라 접근이 차단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특히 암호화폐 전문 은행들은 연준 마스터 계좌 신청 과정에서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아왔다.

암호화폐 전문 은행 커스토디아 은행(Custodia Bank)의 케이틀린 롱(Caitlin Long) 최고경영자(CEO)는 18일 X 채널을 통해 "해당 지침이 과거 연준 마스터 계좌 신청이 거부된 직접적 이유였다"며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연준 마스터 계좌는 금융기관이 미국 중앙은행과 직접 잔액을 유지하고 핵심 결제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중개 은행 없이 중앙은행 자금으로 결제를 직접 정산할 수 있어 금융기관 운영에 필수적이다.

연준은 이번 지침 철회의 핵심 배경으로 금융 환경 변화와 규제 인식의 진화를 제시했다. 연준은 "금융 시스템과 혁신적 상품·서비스에 대한 이사회의 이해가 2023년 이후 크게 발전했다"며 "당시 정책 성명이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침 철회와 함께 은행의 암호화폐 사업 진출을 위한 새로운 공식 경로를 마련하기 위한 추가 지침도 공개했다. 미셸 보우먼(Michelle Bowman) 연준 감독 부의장은 "책임감 있고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위한 명확한 경로를 제공함으로써 은행 부문이 안전성과 건전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현대적이고 효율적인 체계를 갖추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지지 않았다. 마이클 바(Michael Barr) 연준 부의장은 반대 의견을 제시하며 "은행 간 평등 대우 원칙이 공정한 경쟁을 유지하고 규제 차익(regulatory arbitrage)을 방지하는 데 여전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바 부의장은 "기존 정책 철회가 규제 차익을 조장하고 금융 안정성과 일치하지 않는 유인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는 일부 은행이 느슨한 규제를 악용해 과도한 위험을 감수할 가능성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하연 기자 yomwork8824@blockstre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