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경제난, 스테이블코인 의존 심화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5-12-15 15:53 수정 2025-12-15 15:53

USDT 중심 실생활 결제 확산

디자인=블록스트리트 정하연 기자
디자인=블록스트리트 정하연 기자
베네수엘라의 장기적인 경제 불안정과 통화 가치 하락 속에서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블록체인 분석 기업 티알엠랩스(TRM Labs)는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베네수엘라의 거시경제 불안과 국제 제재 압력이 지속되는 한 국민들의 암호화폐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긴장 고조, 볼리바르화 가치 하락, 금융 접근성 악화가 맞물리며 스테이블코인이 가치 저장 수단이자 교환 매개체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티알엠랩스는 규제 환경의 불확실성도 암호화폐 확산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베네수엘라의 암호화폐 규제 기관인 수나크립(SUNACRIP)의 권한과 집행 능력이 불투명한 데다 전통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면서 국민들이 대안 금융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선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거시경제 상황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고 일관된 규제 감독 체계가 마련되지 않는 한 디지털 자산, 특히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은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가 발표한 올해 암호화폐 도입 지수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전 세계 도입률 순위에서 18위를 기록했다. 다만 인구 규모를 고려하면 순위는 아홉위로 상승해 실제 생활에서의 활용도가 높은 국가로 평가됐다.

보고서는 개인 간 거래가 베네수엘라 암호화폐 생태계의 핵심 축이라고 분석했다. 신뢰할 수 있는 국내 은행 채널이 부족한 상황에서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중개자를 통한 개인 간 거래 방식으로 테더(USDT)를 송금하거나 이를 법정화폐로 환전하는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티알엠랩스가 베네수엘라 아이피 주소를 분석한 결과 전체 사이트 방문의 38% 이상이 개인 간 거래 기능을 제공하는 단일 글로벌 플랫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티알엠랩스는 이 같은 현상이 "은행 서비스가 취약한 베네수엘라 환경에서 암호화폐 접근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부 서비스 중단 사례가 보고됐음에도 불구하고 비공식 결제 시스템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통한 암호화폐와 법정화폐 간 거래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현지 사용자에 최적화된 모바일 월렛과 은행 연동 기능을 제공하는 지역 플랫폼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베네수엘라의 암호화폐 산업이 투기 목적이 아닌 생존을 위한 선택에서 출발했다고 강조했다. 약 10년에 걸친 경제 붕괴와 국제 제재, 국가 차원의 디지털 금융 실험이 결합되며 현재의 생태계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가운데 테더는 가계와 상업 거래 전반에서 핵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규제 준수와 제재 회피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거래 대부분은 범죄 목적이 아닌 실질적인 필요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티알엠랩스는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소매 금융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며 "급여 지급, 가족 송금, 공급업체 대금 결제, 국경 간 구매 등 일상적인 경제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하연 기자 yomwork8824@blockstre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