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친암호화폐 정책에 IPO도 47배 증가…"규제 대응 인수전 내년까지 지속"
올해 암호화폐 산업의 합병 및 인수(M&A)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친암호화폐 정책 기조와 규제 환경 변화에 따라 업계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파이낸셜타임즈(FT)는 26일(현지시간) 2025년 현재까지 암호화폐 업계에서 체결된 M&A 총 거래액이 86억 달러(약 12조3,000억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24일까지 암호화폐 산업에서는 총 267건의 인수·합병 거래가 성사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18% 증가한 수치다. 특히 거래 규모는 전년의 21억7,000만 달러(약 3조1,000억원)에서 약 300% 급증하며 양적·질적 성장을 동시에 기록했다.
올해 최대 거래는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의 데리비트(Deribit) 인수다. 코인베이스는 암호화폐 옵션 거래 플랫폼 데리비트를 29억 달러(약 4조1,500억원)에 인수하며 암호화폐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를 기록했다. 이 거래는 올해 암호화폐 M&A 급증세를 상징하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 밖에도 크라켄(Kraken)은 선물 거래 플랫폼 닌자트레이더(NinjaTrader)를 15억 달러(약 2조1,500억원)에 인수했으며, 리플(Ripple)은 암호화폐 친화적 프라임 브로커 히든로드(Hidden Road)를 1억5,000만 달러(약 2,15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FT는 암호화폐 M&A 급증 배경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의 친암호화폐 정책을 지목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규제 완화 기조를 유지하며 암호화폐 관련 소송을 철회했고, 이는 전통 금융기관이 암호화폐 산업에 진입하는 데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췄다는 평가다.
실제로 올해 들어 대형 금융사들의 암호화폐 시장 진출이 활발해졌으며, 기존 암호화폐 기업들은 시장 지배력 확대를 위한 공격적 인수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암호화폐 기업공개(IPO) 시장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FT는 올해 전 세계에서 진행된 11건의 암호화폐 IPO를 통해 총 146억 달러(약 20조9,000억원)가 조달됐다고 전했다. 이는 작년 단 4건의 IPO를 통해 조달된 3억1,000만 달러(약 4,440억원)와 비교하면 약 47배 증가한 수치다.
올해 주요 암호화폐 IPO 사례로는 거래소이자 코인데스크 모회사인 불리시(Bullish)의 11억 달러(약 1조5,700억원) 조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인터넷그룹(Circle Internet Group)의 10억 달러 이상 조달,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Gemini)의 4억2,500만 달러(약 6,090억원) 조달 등이 포함됐다.
법률회사 클리포드챈스(Clifford Chance)의 디에고 발론 오시오(Diego Ballón Ossio) 파트너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전통 금융사와 암호화폐 기업들이 규제 라이선스를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인 인수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유럽연합의 암호화폐시장법(MiCA)에 부합하는 기업에 대한 인수 경쟁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법률회사 CMS의 찰스 케리건(Charles Kerrigan) 파트너 역시 "기업들은 새로운 규제 체제에 대응하기 위해 인수를 포함한 비용 지출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암호화폐 M&A 확대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하연 기자 yomwork8824@blockstre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