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리버플릭의 붕괴에 비트코인, 4% 상승 기록 후
마운트곡스·미국 정부 언급한 오보 속에 다시 하락 연출
대규모 '롱 베팅' 물량 청산에 하락 가속화, 새벽 급락
# 은행 위기 속에 시작된 '스윗 드림'
비트코인의 급등에는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의 붕괴와 이로 인해 재조명된 은행 위기가 작용했다.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의 주가가 26일 급락을 거듭, 간 밤에 18% 추가 하락 끝에 추가 변동성을 이유로 결국 거래를 중단했다. 사실상 '항복'을 선언한 것.
투자자들이 자산을 예치하던 전통 은행들의 붕괴에 새로운 '자산 피난처'로 비트코인이 3월 급등을 누렸고 똑같은 논리가 이번에도 적용했다.
오후 9시부터 시작된 상승에 비트코인은 2만9000달러를 돌파한 후 많은 전문가들이 '상승장의 조건'으로 꼽던 3만달러 돌파를 눈 앞에 뒀다. 그렇게 상승장이 순식간에 찾아오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오전 3시부터 시작된 급락에 비트코인은 1시간만에 상승분을 반납, 2만7000달러대로 떨어졌다.
# "그놈의 입"…'오보', 시장에 방대한 공포 만들며 '하락 트리거'되다
비트코인의 주된 하락 원인으로는 블록체인 분석 업체 아캄의 '오보'가 지목되고 있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 아캄은 27일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마운트곡스(Mt. Gox) 채권단과 미국 정부가 대규모 비트코인 거래에 나섰다"는 글을 남겼다.
마운트곡스는 세기의 해킹 사건을 기록한 거래소로 2014년 파국에 치달은 세계 최대 거래소였다. 2021년 일본 파산법원은 마운트곡스 채권단에게 13만 8000개에 달하는 비트코인 보상을 판결, 2022년 8월 해당 물량들이 채권단에게 풀린 것으로 밝혀졌다.
마운트곡스와 미국 정부가 대규모 비트코인 매도에 나섰다는 루머를 나돌자 투자자들이 공포에 잠겼고 이것이 비트코인 상승 기세를 꺾었다.
아캄은 약 3시간 후 "공식 데이터베이스를 조사한 결과 마운트곡스와 미국 정부로 추정되는 월렛들이 비트코인 매도에 나선 사실을 확인했다"는 글을 추가로 남겼다. 비트코인 하락에 힘을 더한 것.
하지만 블록체인 닷컴을 비롯해 다수의 온체인 분석 플랫폼들이 조사에 나선 결과, 아캄의 보고는 오보였다. 마운트곡스와 미국 정부가 대규모 비트코인 거래에 나선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아캄의 오보에 급격하게 상승하던 비트코인의 기세가 뒤틀려 버린 것이다.
# 대규모 상승(롱) 베팅 물량 청산, '급락' 연료돼
비트코인이 하락으로 돌아서며 급하게 선물 시장에서 상승(롱) 베팅했던 투자자들의 자금이 순식간에 청산되었다.
온체인 분석 플랫폼 코인글래스의 27일 데이터는 새벽 1시간 동안 청산된 비트코인의 물량이 총 1억8329만달러(한화 약 2454억원)이라고 지적했다.
전체 청산 물량 중 상승(롱) 베팅 물량은 1억6121만달러(한화 약 2158억)을 차지했다. 급격한 상승에 추가 상승을 기대하고 베팅한 선물 트레이더들의 자산이 순식간에 분해 되버린 것이다.
찬 봄 밤의 꿈에서 깬 비트코인은 27일 아침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은 27일 오전 9시 업비트 기준 약 39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권승원 기자 k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