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원의 코인읽기]美 은행 위기 속 암호화폐 시장 하락…"아직 108조 남았다"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3-05-13 13:00 수정 2023-05-13 13:00

[권승원의 코인읽기]美 은행 위기 속 암호화폐 시장 하락…"아직 108조 남았다"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의 증가는 암호화폐 상승장 신호일 수 있다.

미국 전통 은행들의 잇단 붕괴 속에 미국 투자자들이 테더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 美 은행 줄파산, 투자자들을 매트릭스에서 깨우다

시작은 자산 예치에 대한 관념 자체가 변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바로 자산 예치에 '가장 안전한 곳'으로 여겨지던 은행들이 줄도산에 나섰기 때문이다.

3월부터 본격화된 미국 은행들의 연속 파산은 미국 사회에 만연한 공포를 만들었다.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이 잇달아 파산했다. 그럼에도 미국 중소은행들의 높은 추가 파산 가능성이 뉴스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가장 안전한 곳'으로 여겨지던 곳이 '가장 위험한 곳'으로 변하자 많은 투자자들의 인식은 기존과는 전혀 다르게 뒤바뀌기 시작했다.

은행에 예치한 통화를 인출해 새로운 자산을 물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상황에 많은 투자자들은 실제로 전통 안전자산인 금을 찾았다. 이를 증명하듯 금값은 3년 만에 최고가를 갈아치운 뒤 연일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철저히 뒤바뀐 관념에 따라 기존과는 다른 선택에 나서기 시작했다. 새로운 자산으로 취급되는 암호화폐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디지털 골드' 비트코인(BTC)이 은행 붕괴와 맞물려 폭등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가 붕괴를 보이던 4월 말, 비트코인의 가격은 하루 밤 새 5%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비트코인 역시 미국 정부 월렛이 대규모 비트코인 매도에 나선다는 '악성 루머'와 함께 급격한 하락을 맞이했다.

# 혼란 속 투자자 선택받은 테더

관념을 뒤바꾼 투자자들이 선택한 옵션은 바로 스테이블코인 테더인 것으로 보인다.

달러와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는 표어와 함께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한 테더가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테더의 거래량은 순식간에 폭증했다.

테더의 일일 거래량은 공고히 시총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압도했다. 테더의 일일 거래량은 10일 약 165억달러를 기록하며 비트코인의 거래량을 약 40% 상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은 테더의 발행사 '테더사'의 실적은 실로 놀라웠다.

테더사는 11일 준비금 증명 보고서를 통해 1분기 기준, 시가 총액 약 818억3314만달러(한화 약 108조2980억원)을 달성, 1분기 영업 이익으로 약 14억8000만달러(한화 약 1조9586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마지막 분기 테더사의 초과 준비금이 14억8000만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테더사는 수년간 축적해온 초과 준비금과 동일한 돈을 올해 1분기 안에 벌어들인 것.

# 테더는 테더

테더의 수요 급증은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테더를 매입했다는 뜻이 아니다.

스테이블코인 테더의 활용 가치와 성격을 고려할 때 이는 명확해진다.

테더는 대다수의 글로벌 거래소에서 기축통화로 활용된다. 카지노의 '칩'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즉, 거래소 내 달러를 대신해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매개체로 사용된다 사실이다.

테더에 대한 수요 증가가 은행을 피해 달러를 구매하고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에 대한 투자자 수요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주장 또한 존재하고 있다.

실제로 테더사의 준비금 다수는 미국 국채로 이뤄져 있다.

테더사는 지난 해 테더사의 재무 건전성을 지적하는 수많은 의혹에 맞서 경영진들이 준비금 중 많은 부분을 미국 국채로 바꿨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내역은 테더사가 11일 공개한 준비금 증명 보고서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테더사가 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미국 국채 보유액은 전체 준비금 중 약 64%를 차지한다.

테더는 테더 그 자체로 은행 파산 공포에 따른 '헤징 자산' 조건을 충족할 수 없다.

미국 은행 파산의 본질적 문제는 결국 미국 경제 위기다. 달러를 예치한 은행들의 잇단 파산이 도착할 종착역은 결국 달러 경제권의 중심지인 미국 경제의 극심한 타격이다.

이 사실을 더욱 확대해서, 거시적으로 해석할 경우 미국 경제 위기에 따라 제 1선으로 무너질 수 있는 방어선은 바로 달러와 미국 국채다.

투자자들의 테더 선택은 테더에 대한 신뢰가 아닌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기대로 해석될 수 있다.

# 상승장 위한 총알은 준비됐다.

테더의 시총 증가는 지난해 11월 'FTX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FTX 사태 당시 온체인을 통해 드러난 결과는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을 도망치기 바빴다는 사실이다. 그 당시 테더의 시총은 끊임없는 하락을 지속, 최고치 대비 약 12% 하락을 기록했다.

테더의 사용 사례를 고려해 볼 때, 이는 암호화폐를 매입할 '총알'이 고스란히 시장을 빠져나갔던 상황을 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은행 위기로 달러와 미국 국채 그리고 미국 경제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늘어가고 있는 시점, 테더의 시총 증가는 암호화폐 시장의 총알 물량 상승을 의미할 수 있다.

물론 테더의 성격에 따라 이는 한 순간에 달러로 교체되어 암호화폐 시장을 떠나갈 수 있다.

하지만 복기해야 할 사안이 있다. 많은 투자자들이 미국 은행 파산 위기와 맞물린 비트코인의 상승과 급락의 주된 원인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 후 발생한 급락에 집중한 나머지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급락 원인을 놓치고 있다.

비트코인의 급락을 만든 주된 원인은 바로 근거없는 '악성 루머'였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 글래스노드는 미국 정부 비트코인 월렛 잔고가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점을 보고했다.

미국 은행 파산에 따른 테더의 시총 증가는 미국 투자자들의 관념 변화, 그리고 암호화폐 시장의 상승을 뜻할 수 있다.

권승원 기자 k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