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이 뭐기에,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 줄폐업 ‘현실화’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8-02 15:40 수정 2021-08-02 15:40

중소 거래소, 잇달아 서비스 종료…ISMS‧실명계좌 ‘이중고’
위장계좌 법인 폐업 가능성↑…유예기간까지 줄폐업 예고

스포와이드 공지 화면 캡쳐.
스포와이드 공지 화면 캡쳐.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유예기간이 2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신고 요건 중 하나인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하지 못한 중소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들의 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원화거래를 위해 필수적인 실명계좌 확보의 경우 더욱 어려운 상황이어서 줄폐업 위기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원화 및 가상자산 입출금을 종료했거나 종료를 공지, 사실상 폐업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서비스 종료를 공지, 종료할 예정이거나 이미 종료한 거래소들만 4개사에 달한다. 이들 거래소 대부분이 중소 거래소들이다.

달빗거래소는 지난달 2일 서비스 종료 공지를 올리고 같은달 15일 서비스를 종료했다. 달빗거래소는 “정부의 지침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를 영위하기 위한 조건을 맞추기 위해 어렵지만 많은 준비를 해왔다”면서도 “최근 특금법 시행에 따른 규제의 변화와 시스템의 결함 등 더 이상 거래소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스포츠 관련 가상자산을 취급하는 특화 거래소인 스포와이드는 지난달 30일 서비스를 종료했다.

스포와이드는 “오픈 이래 스포츠에 특화된 가상자산 거래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악화된 환경 속에서도 끝까지 버텼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불투명한 해외사업과 경영 악화, 은행으로부터 계좌이용정지 통보, 특금법 시행에 따른 규제환경 변화로 정상적인 거래 서비스 제공이 어려워 거래소 운영을 종료한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전문기업인 코인플러그가 운영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CPDAX는 이달 말로 모든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다.

이미 CPDAX는 지난해 11월 말 거래 및 입금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으며 이달 31일 오후 3시까지 모든 가상자산의 보관 및 온라인 출금 서비스를 중단할 예정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소닉의 경우 지난달 30일 리뉴얼을 위해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비트소닉은 “회사 내외적인 이슈로 인해 거래소 리뉴얼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내적으로는 개발진 충원과 서비스 개편이 있으며 외적으로는 바이낸스 연동 API 지원 변경 및 종료 등의 사항이 예정돼 있다”면서 “거래소 리뉴얼을 마치게 되면 최종 심사 통과 후 보류된 ISMS 인증서를 취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비트소닉의 서비스 일시 중단 기간은 이달 6일부터 11월30일까지다. 특금법 신고 유예기간은 9월24일까지다. 특금법 유예기간이 끝난 뒤 ISMS 인증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ISMS 인증 획득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 다시 서비스를 오픈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위장계좌 등을 활용한 거래소들이 폐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전망들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달 말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위장계좌 14개를 적발했다. 위장계좌는 횡령과 자금세탁 등 불법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많다는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금융위는 위장계좌 거래 중단과 더불어 관련 정보를 검경에 전달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위장계좌가 적발된 법인들의 명단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금융위가 강경 노선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해당 거래소들이 폐업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중소 거래소들이 잇달아 서비스 종료를 알리는 것은 업체들이 각각 공지한 대로 특금법 등 규제 환경 악화가 주된 원인이다.

특금법 상 가사자산 취급업체들은 9월24일까지 금융위원회에 신고해야만 한다. 신고 요건은 ISMS 인증 획득이다. 인증을 획득하지 못할 경우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조차 불가능하다. 미신고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유예기간 종료 후 영업을 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가상자산 사업자수는 79개(법인 기준)다. 이들 가운데 ISMS 인증을 획득한 곳은 20여개사에 불과하다. 전체의 약 1/4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에 따르면 15개사는 ISMS 인증 획득을 위한 심사가 진행 중이다.

ISMS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신청 이후 통상 3~6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인증 획득 소요 시간 등을 감안할 시 특금법 유예기간 종료 전까지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업체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사용자들을 위한 원화거래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은행권으로부터 실명계좌까지 발급받아야 한다. 실명계좌가 없을 경우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다른 가상자산을 활용한 거래만 지원할 수 있다.

현재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및 코빗 등 4개사에 불과하다.

이들 거래소들 마저도 특금법 유예기간 종료 전 계약이 연장될지 장담할 수 없다. 이들 거래소와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케이뱅크, NH농협은행, 신한은행 등 3개 은행사들은 계약 연장 결정을 특금법 상 거래소들의 신고 기한인 9월24일까지 미루기로 했다. 사실상 시한부 신세다.

특금법 상 유예기간 종료가 불과 2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ISMS 인증, 실명계좌 발급 등으로 인해 중소 거래소들의 줄폐업이 보다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ISMS 인증을 획득하지 못한 거래소들의 경우 현실적으로 금융위에 신고를 못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부실한 중소 거래소들의 줄폐업은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진 기자 le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