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플랫폼 육성 위해 외국 거래소 접속 봉쇄, VPN 우회 거래 급증 전망
러시아가 다가오는 여름부터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웹사이트에 대한 전면 차단을 시행한다. 금융 전문 매체 파이낸스피즈(FinanceFeeds)는 러시아 정부가 가상자산 거래를 자국 라이선스 플랫폼으로 유도하고 자본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해외 거래소 접속을 봉쇄할 계획이라고 금일 보도했다.이번 조치는 올 봄 추진될 신규 입법에 근거하며, 러시아 통신감독기관인 로스콤나드조르(Roskomnadzor)가 기술적 필터링을 담당할 예정이다. 로스콤나드조르는 러시아 연방 통신·정보기술·매스미디어 감독기관으로, 인터넷 검열과 콘텐츠 차단 업무를 수행하는 정부 기관이다.
현재 러시아 투자자들의 일일 가상자산 거래액은 약 500억 루블(한화 약 7,700억 원)에 달하며, 이 중 대부분이 해외 거래소에서 이뤄지고 있다. 모스크바거래소(Moscow Exchange) 감독위원회 의장 세르게이 슈베초프(Sergey Shvetsov)는 러시아 트레이더들이 매년 해외 거래소에 약 150억 달러(한화 약 21조 7,500억 원)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자국 플랫폼을 통해 이 막대한 시장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거래 수수료와 자본을 국내에 묶어두고, 동시에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규제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전문가들은 해외 플랫폼의 완전한 차단이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한다. 투자자들이 VPN(가상사설망)이나 기타 우회 수단을 통해 계속 해외 거래소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히려 거래가 불투명한 채널로 이동하면서 자금세탁이나 불법 거래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러시아는 이미 텔레그램(Telegram) 차단을 시도했다가 실효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2018년 로스콤나드조르가 텔레그램 차단을 시도했으나, 사용자들이 VPN 등으로 우회 접속하면서 차단 효과가 미미했던 전례가 있다.
러시아의 이번 조치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러시아 시장 접근을 사실상 차단하는 것으로, 바이낸스(Binance), 코인베이스(Coinbase) 등 주요 해외 거래소들의 거래량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동시에 러시아 투자자들은 제한된 자국 플랫폼을 이용하거나 불법 우회 경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에게는 러시아 시장의 고립이 글로벌 유동성에 미칠 영향과, 향후 다른 국가들의 유사한 규제 움직임 가능성을 주시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통해 가상자산을 법적으로 정의하고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등 규제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각국 정부의 가상자산 규제 강화 추세 속에서 투자 환경 변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최주훈 joohoon@blockstre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