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토큰화 기업들, EU에 긴급 규제 개선 촉구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6-02-06 11:03 수정 2026-02-06 11:03

"DLT 파일럿 제도 개선 없으면 글로벌 유동성 미국으로 이탈"

디자인=블록스트리트 정하연 기자
디자인=블록스트리트 정하연 기자
시큐리타이즈(Securitize), 21X, 보어스 슈투트가르트 그룹(Boerse Stuttgart Group) 등 유럽의 주요 토큰화 및 시장 인프라 기업들이 금일 유럽연합(EU) 입법자들에게 공동 서한을 발송했다. 이들은 EU의 'DLT 파일럿 제도(DLT Pilot Regime, 분산원장기술 시범 제도)' 개선을 시급히 요구하며, 현행 규제가 블록체인 기반 금융시장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경고했다.

시큐리타이즈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디지털 증권 발행 종합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는 세계 최대 토큰화 플랫폼이며, 보어스 슈투트가르트는 독일의 주요 증권거래소 그룹으로 토큰화 자산 결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서한에서 지적된 핵심 문제는 세 가지다. 첫째, 토큰화 가능한 자산의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적이다. 둘째, 발행 규모 상한선이 낮아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이 불가능하다. 셋째, 6년이라는 한시적 라이선스 기간이 장기 투자와 사업 확장을 저해하고 있다.

DLT 파일럿 제도는 2023년 3월 23일부터 EU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토큰화된 금융상품의 거래 및 결제를 위한 법적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 장벽은 유럽 내 규제된 온체인 시장의 확대를 사실상 막고 있으며,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유럽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더 큰 우려는 미국으로의 시장 이탈이다. 관련 기업들은 미국이 토큰화 증권과 준실시간 결제(near real-time settlement) 분야에서 빠르게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EU가 규제 개선을 지체할 경우, 글로벌 유동성이 미국 시장으로 영구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자본 유출이 아니라, 유럽 자본시장의 구조적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국면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EU 회원국들은 DLT 체제를 통해 토큰화 플랫폼이 거래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금융 시장의 전략적 재편을 추진하고 있으나, 현행 제도의 한계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서한에 참여한 기업들은 규제 완화가 아닌 '기술적 신속 개정(quick fix)'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토큰화 가능 자산 범위 확대 ▲발행 규모 상한선 상향 ▲6년 한시 라이선스 제한 철폐 등이다. 이들은 이러한 조치가 규제 수준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기술 혁신에 맞춰 제도를 현실화하여 유럽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유럽이 블록체인 금융의 글로벌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신속한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메시지다.

이번 공동 서한은 유럽 금융업계가 미국과의 기술·제도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반영한다. 토큰화 자산 시장은 차세대 금융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으며, 제도적 유연성이 시장 선점의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EU의 대응 속도가 유럽 자본시장의 미래를 좌우할 전망이다.

최주훈 joohoon@blockstre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