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SEC 의장 "ICO는 증권...2차 거래는 예외 가능" 미묘한 입장차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5-12-11 12:09 수정 2025-12-11 12:09

폴 앳킨스 "토큰 발행 단계선 증권법 적용, 유통 단계는 달라"...업계 반응 엇갈려

美 SEC 의장 X 게시글 (X : @SECPaulSAtkins)
美 SEC 의장 X 게시글 (X : @SECPaulSAtkins)
美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자산 규제에 대한 입장을 내놨지만, 업계가 기대했던 전면적 규제 완화와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폴 앳킨스(Paul Atkins) 美 SEC 위원장은 금일 자신의 X 채널을 통해 "디지털 상품, 디지털 도구, 디지털 수집품 등 대다수 암호화 자산은 증권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코인 프로젝트가 거치는 초기 자금 조달 단계에서는 여전히 증권법이 적용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금 조달 목적 토큰 발행은 증권법 적용"


앳킨스 위원장은 전날 열린 블록체인협회 정책 정상회의 발언을 정리하며 "프로젝트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토큰을 제공·판매하고, 필요한 관리 작업을 수행하겠다고 약속할 때는 증권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명확히 했다.

이는 사실상 ICO(코인 초기 판매), IEO(거래소 주관 초기 판매), 토큰 세일 등 대부분의 코인 프로젝트 초기 자금 조달 방식이 증권법 규제 대상임을 의미한다.

현재 시장에 유통되는 가상자산 대부분이 초기에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토큰을 발행·판매했다는 점에서, 이들 프로젝트의 토큰 발행 행위는 증권 발행으로 간주될 수 있다.

핵심은 "2차 시장 거래 유연성"


다만 앳킨스 위원장이 강조한 부분은 2차 시장에서의 유연성이다.

그는 "판매된 토큰은 특정 상황에서 재판매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증권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초기 발행 단계에서는 증권법을 적용하되, 이미 시장에 유통된 토큰의 2차 거래(거래소 거래 등)에 대해서는 증권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초기 발행은 증권으로 보되, 충분히 분산되고 유통된 이후의 토큰은 더 이상 증권이 아니라는 '토큰의 생애주기' 접근법으로 이는 美 SEC가 오래전부터 검토해온 방식이다.

겐슬러 노선과 본질적 차이 크지 않아


일각에서는 이번 발언이 게리 겐슬러 전임 위원장의 입장과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겐슬러 전 위원장도 "토큰 발행 단계에서는 증권법이 적용되지만, 충분히 탈중앙화된 이후에는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다만 겐슬러 체제에서는 '충분한 탈중앙화'의 기준이 불명확해 사실상 대부분의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간주하고 강력한 집행 조치를 취했다는 점이 문제였다.

앳킨스 위원장이 2차 시장 거래에 대한 유연성을 강조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되지 않으면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는다.

업계 반응 엇갈려..."기대 이하" vs "현실적 접근"


가상자산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는 "SEC가 모든 암호화폐를 증권이 아니라고 선언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결국 ICO는 증권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실망감을 표했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한 웹3 사업가는 "자금 조달 목적의 토큰 발행을 증권법에서 완전히 제외하는 것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대신 2차 시장 거래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합리적인 절충안"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구체적 기준 제시


전문가들은 앞으로 SEC가 제시할 구체적인 기준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어떤 경우에 토큰이 '충분히 탈중앙화'됐다고 볼 것인지 ▲2차 시장 거래가 증권법 적용을 받지 않는 '특정 상황'이 무엇인지 ▲거래소는 어떤 토큰을 상장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앳킨스 위원장은 "SEC는 디지털 자산에 견고한 규제 기반을 제공하기 위해 명확한 규칙을 추진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며 규제 명확성 제공 의지를 밝혔다.

美 CFTC와 역할 분담 시사


앳킨스 위원장은 또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가상자산 시장의 핵심 규제기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CFTC가 암호화 자산 시장의 신뢰할 수 있는 규제기관이 될 것으로 믿는다"며 SEC와 CFTC 간 규제 역할 분담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초기 발행 단계는 SEC가, 충분히 유통된 이후의 현물 및 파생상품 거래는 CFTC가 관할하는 '이원화 체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권 전문가는 "결국 핵심은 '언제부터 증권이 아니게 되는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라며 "SEC가 이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으면 규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주훈 joohoon@blockstre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