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 손실 사회화(Socialization of Losses) : 거래소의 손실을 모든 사용자가 보유 비율에 따라 나눠 부담하는 방식
신탁재산(Trust Property) : 특정인(수탁자)이 다른 사람(수익자)을 위해 관리하는 재산으로, 수탁자가 임의로 처분할 수 없음
인도 마드라스 고등법원은 지난 25일 가상자산이 헌법상 보호받는 재산에 해당한다고 판결하며, 와지르엑스가 싱가포르 법원의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사용자 자산을 재분배하는 것을 금지했다.
N. 아난드 벤카테시(N. Anand Venkatesh) 판사는 3,532개의 엑스알피(XRP) 토큰을 거래소가 임의적으로 손실 사회화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이는 와지르엑스가 2024년 7월 2억 3,400만 달러(한화 3,351억 원) 규모의 해킹 공격을 받은 후 제안한 '손실 사회화(socialization of losses)' 방안을 거부한 것이다.
벤카테시 판사는 판결문에서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규정했다. 그는 "가상자산은 유형 재산도 아니고 화폐도 아니지만, 유익한 형태로 향유되고 소유될 수 있는 재산"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를 확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인도에서는 그동안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돼 왔으나, 이번 고등법원 판결로 가상자산이 헌법상 재산권 보호 대상임이 명확해졌다.
법원은 또한 거래소가 보관하는 자산은 반드시 고객의 신탁재산으로 취급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거래소가 파산하거나 해킹을 당하더라도 고객 자산을 임의로 처분할 수 없다는 원칙을 세운 것이다.
법원은 와지르엑스 측의 핵심 주장도 기각했다. 와지르엑스는 싱가포르 법원이 승인한 구조조정 계획이 자동으로 인도 사용자들에게도 적용된다고 주장했으나, 마드라스 고등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해외 법원의 결정이라도 인도 법원의 독립적 판단 없이는 인도 내 사용자의 권리를 제한할 수 없다는 사법주권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와지르엑스는 인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로, 지난해 7월 대규모 해킹 공격으로 2억 3,400만 달러 상당의 자산을 탈취당했다. 이후 싱가포르에서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하며 손실 사회화 방안을 제시했으나, 많은 사용자들이 반발해 왔다.
최주훈 joohoon@blockstre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