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채 회장 "전통 금융사 디지털자산 합류해야 발전"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2-04-14 16:47 수정 2022-04-14 17:37

"암호화폐 위한 자체 제도적 장치마련 필요"
"증권형 토큰 자본시장법으로 허용도 절실"
"금융당국 전통-디지털 금융 융합 발전시켜야"

14일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자산과 연계한 금융산업 경쟁력 고도화 방안 정책포럼' / 사진 = 김건주 기자
14일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자산과 연계한 금융산업 경쟁력 고도화 방안 정책포럼' / 사진 = 김건주 기자
"전통 금융산업과 디지털자산 산업간 협업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합니다."

은행, 증권사 등 전통 금융사들이 암호화폐, 대체불가토큰(NFT) 등을 모두 일컫는 '디지털자산' 사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14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루비홀에서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가 주관한 '디지털 자산과 연계한 금융산업 경쟁력 고도화 방안 정책포럼'에서 정승채 한국디지털자산협회장은 이같이 말했다.

현재 세계 각국은 디지털 자산 주도권 선점을 위한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앞서 7일 암호화폐를 비판해 온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새로운 기술로 대부분의 미국인이 금융 시스템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디지털 자산이 물리적 현금에 견줄 정도로 신뢰할 수 있는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 정부도 4월 초 글로벌 디지털 자산 허브를 목표로 올해 정부공식 대체불가토큰(NFT) 발행, 합법적인 지불 수단으로써 스테이블코인 법안 입법, 기업의 블록체인 활성화를 위한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을 시행할 것을 선언했다.

"제도적 기반이 필요…해외사례 반면교사 삼아야" = 정승채 한국디지털자산협회장은 "전통 금융산업도 디지털 자산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며 "시장에서 진행 중인 사례를 감안할 때 전통 금융산업과 디지털 자산 산업간의 이종교배를 통해 전통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협회장은 "전통 금융산업과 디지털 자산 산업간 협업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며 "지나치게 보수적인 시각에서 접근한 일본의 시장이 침체기에 빠진 사례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디지털 자산 사업을 제도화 했지만 20%의 소득세를 내는 주식에 비해 암호화폐는 최대 55%를 과세했다. 일본은 주식시장에 손실 이월공제가 있는 반면 암호화폐 시장은 이월공제가 없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손실 이월공제는 손실이 날 경우 손실 금액을 이월해 투자수익에서 뺀 뒤 과세하는 제도다. 제도적 한계로 인해 암호화폐 사업자 및 투자자는 해외에서 사업을 하고, 해외 거래소를 이용한다.

정 협회장은 "규제를 해도 투자자들은 해외 거래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실상 국부 유출이다"라며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하거나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정부 주도로 암호화폐 속성 파악부터 해야" = 토론에 참여한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 자산의 화폐로써 기능에 대해 "금융규제는 금융의 속성상 '신뢰'와 '거래 안정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디지털 자산을 지급수단으로 인정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법정 화폐로 인정하는 데는 많은 나라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라고 말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 디지털 자산을 자신들이 운용할 지급수단이나 가치저장 수단으로 인정하지만, 변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법정화폐로는 제도적·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암호화폐를 규제할 때 사람을 중심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라며 "금융규제나 정책결정의 정책대상은 사람으로 해야 하는데, 현재처럼 정책·기술·자본에 초점을 두면 정책 설계가 잘못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이유에 대해 정부가 암호화폐의 속성분석을 끝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먼저, 정부가 주도적으로 암호화폐 전문가들을 모아 자율적으로 규제가 가능해지도록 도와야한다"며 "정부와 사업자의 소통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투자해야 될 부분은 어디인지, 디지털 자산에 관한 사람들은 누구인지, 기술은 무엇을 쓰는지, 디지털 자산을 거래하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어떤 속성이 있는지를 명확하게 주기적으로 분석하고 나서 정책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금융당국이 폭넓게 해석해야 금융 융합 빨라져"
조정희 법무법인 디코드 변호사는 "기존 금융산업이 디지털 자산과 결합해 스타트업이 금융에 진출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핀테크 발전으로 기존 금융회사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며 "디지털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기 위해 ▲디지털 자산 규정 ▲자본시장법 등 기존 법률 적용을 위한 법률 정비 ▲금융당국의 적극적 법률 해석 등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먼저, 디지털 자산 자체를 규율하는 법률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암호화폐 산업을 규율하는 법률이 자금세탁방지 목적의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이외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암호화폐 사업 진흥, 투자자 보호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자산 자체를 규율하는 법률이 기초적인 형태라도 준비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로 증권형 토큰의 발행을 허용하기 위해 자본시장법상 증권 개념에 증권형 토큰이 포함되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 자본시장법상 신탁대상자산에 암호화폐를 포함시켜 암호화폐 수탁업무가 법률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운용되도록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증권형 토큰 발행이 허용된다면 결국 그 모집, 매출과 관련한 업무는 기존의 증권회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밖에 없고, 암호화폐 수탁업무는 은행이나 신탁회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디지털 자산과 전통 금융이 가장 빠르게 융합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법률 개정 없이도 금융당국이 가능한 부분은 해석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현행법의 적극적 해석으로 디지털 자산과 전통 금융이 융합되고 디지털 자산이 금융자산으로 포섭될 수 있도록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행사를 주최한 한국핀테크학회 회장인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미국 규제당국이 유연한 디지털 자산 시장 대응으로 많은 스타트업들을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시킨 것처럼 한국도 국내 기업들이 책임 있는 개발에 뛰어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건주 기자 kk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