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입금 수수료까지 물리는 거래소들…투자자 보호는 뒷전 돈버는데 ‘급급’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5-24 09:14 수정 2021-05-24 14:54

4대 거래소, 오입금 수수료 10만~40만원 수준
2020년 가상자산 열풍 이후 수수료 인상 움직임
코인원 24시간 복구 수수료, 30만→100만 인상

오입금 수수료까지 물리는 거래소들…투자자 보호는 뒷전 돈버는데 ‘급급’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의 열풍 속 국내 4대 거래소가 역대급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부 거래소에서 입금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투자자들을 과도하게 돈벌이에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상자산 열풍 이후 투자자들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오입금 사례가 지속 증가하는 추세이며 일부 거래소들이 이를 복구하기 위해 받는 수수료 인상에 나서고 있다.

거래소는 구체적인 오입금 사례 건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4사 모두 올해 초 공지사항을 통해 “최근 오입금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니 투자자들의 당부를 유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오입금 수수료는 가상자산의 종류가 늘어나면서 그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은행에서 계좌 이체를 실수한 경우와는 달리 블록체인 기술 특성상 복잡한 절차와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보안상 높은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이에 따라 거래소들은 오입금 유형별 복구 수수료를 책정해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40만원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업비트는 2019년 3월 11일부터 오입금 복구 수수료를 인하해 지금까지 적용해오고 있다. 당초 유형별 5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부과되던 수수료가 10만~20만 수준으로 인하됐다. 복구 서비스 도입 초기에 비해 유형은 다양해졌지만 최적화를 통해 복구에 소요되는 기간은 단축됐다는 것이 업비트 측의 설명이다.

빗썸의 경우 과거에는 수수료가 없었으나 지난해 1월 3일부터 수수료를 일괄 10만원으로 인상했다. 같은해 7월 6일 또 한번 수수료를 인상해 10만~40만원 사이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복구 기간도 3일에서 10일, 익월 1회 처리로 늘었다.

빗썸 측은 기술적으로 매우 복잡한 절차와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보안상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하며 복구처리 및 자산검증 단계에서 여러차례 네트워크 수수료가 발생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코인원은 지난해 6월 1일부터 건당 10만원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코인원은 여타 거래소와 달리 24시간 이내 복구를 지원하고 있다. 빠른 처리를 요청하는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당초 30만원이었던 24시간 처리 수수료는 2021년 6월 1일부터 100만원으로 인상된다.

코빗은 오입금 금액의 10%를 수수료로 부과한다. 3만원에서 최대 10만원이며 30일 이내의 시간이 걸린다.

오입금 복구 수수료는 거래소별로 운영의 차이가 있어 유형별로 상이할 수 있다. 다만 투자자가 늘었음에도 “최적화를 통해 복구에 소요되는 기간이 단축됐다”며 수수료를 인하한 거래소가 있는 반면, 2020년 가상자산 열풍이 시작된 이후 수수료를 인상한 거래소도 있다는 점은 다소 의혹이 생길 수 있는 대목이다.

그중 코인원의 경우 거래소 중 유일하게 24시간 복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 혜택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다만 이를 1년 새 3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인상했다는 것은, 100만원의 수수료가 부담스럽지 않은 고액 투자자들을 겨냥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이미 수천억원의 거래 수수료로 수익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양질의 서비스’라는 명목으로 복구 수수료 비율을 과도하게 인상해 투자자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올해 1분기 국내 4대 거래소가 역대급 실적이 예상되고 있음에도 재투자를 통한 서비스 향상은 뒷전으로 미뤄두고 이익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업비트를 운영 중인 두나무는 지난해 매출 1668억원, 영업이익 928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증권가에선 업비트가 올해 1분기 매출 5900억원, 영업이익 5440억원 수준을 달성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빗썸코리아의 경우 올해 1분기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052억원, 222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 2186억원 영업이익 1492억원 당기순이익 1411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코인원과 코빗의 실적 역시 비슷한 흐름일 것으로 예상된다.

암호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4일 오전 7시 기준 국내 거래소 업비트의 최근 24시간 거래대금은 16조8400억에 달한다. 이밖에 빗썸 2조6570억, 코인원 1조3500억, 1500억원순이다. 이를 거래소 수수료로 환산하면 일 수수료 매출은 각각 84억, 66억, 27억, 2억원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기존의 금융 기업과 비슷한 지위를 인정받으려면 오입금 등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 은행과 같은 조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더라도 오입금 복구 서비스에 높은 비용을 받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민 기자 k8sil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