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몇 주 이내’ 출시하겠다 밝혔지만
5개월만인 8월 유럽서 발급 신청 접수
비자와 자금세탁방지 가까스로 합의 추정
디지털자산 업계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유럽 지역에서 디지털자산 직불카드 발급 신청을 8월부터 받는다고 밝혔다. 바이낸스 디지털자산 직불카드의 첫 공식 출시다.
디지털자산 직불카드는 카드리더기 등을 통해 결제할 수 있는 디지털자산 버전 현금카드다. 현금카드로 결제했을 때 계좌의 현금이 차감되듯, 디지털자산 직불카드로 결제하면 연동된 디지털자산 지갑(월렛)에서 비트코인 등이 차감된다.
기존에 물건을 구매하고 디지털자산으로 결제하려면 QR코드나 앱 내 바코드 인식, 또는 계좌이체와 같은 지갑 간 송금기능을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직불카드를 사용하면 포스기 등을 갖추지 못한 작은 상점에서도 카드 리더기를 통해 결제할 수 있다.
일부 디지털자산 거래소·월렛 운영사는 디지털자산 직불카드에 주목해왔다. 홍콩 디지털자산 결제 기업 크립토닷컴은 이미 2018년 비자를 통해 디지털자산 직불카드를 출시했다. 이어 거래소 코인베이스, 코인줌, 스와이프 등도 직불카드를 공개했다.
바이낸스 역시 올해 3월 비자와 함께 직불카드를 출시하겠다고 공식 블로그와 SNS 등을 통해 깜짝 발표했다. 바이낸스는 “몇 주 안에 바이낸스 직불카드를 출시할 것”이라고 대략적인 일정도 밝혔다.
하지만 바이낸스는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공식 블로그에 올라왔던 게시글의 비자 관련 내용과 로고 이미지를 모두 삭제했다. 비자 로고가 새겨진 바이낸스 카드 시제품 이미지를 포함한 인스타그램 게시물도 사라졌다. 비자와의 직불카드 출시 계획이 무산된 것이다.
바이낸스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바이낸스와 비자가 보안이나 자금세탁방지 관련 조항에서 합의를 보지 못한 것으로 추측했다. 비인크립토 등 일부 외신은 “바이낸스가 비자에게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규정을 지킬 것이라는 확신을 주지 못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보도했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바이낸스는 지난해 비트코인 7000개를 도난당했던 핫월렛을 그대로 사용 중이었다. 보안상의 우려와 함께 자금세탁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의심을 받았던 이유다. 비인크립토 역시 핫월렛 사용이 바이낸스와 비자의 계약 파기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낸스가 애초에 비자와 카드 출시가 완전히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바이낸스가 출시 계획을 발표했을 가능성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바이낸스가 일정 등을 완벽하게 합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자카드 출시 계획을 먼저 발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바이낸스는 이달 7일(현지시각) 비자 직불카드 서비스를 제공 중인 디지털자사 월렛 운영사 스와이프를 인수했다. 업계에선 바이낸스가 직불카드 출시를 위해 스와이프를 인수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실제로 8월부터 발급 신청을 받을 바이낸스 직불카드는 스와이프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한편 바이낸스 직불카드는 200개 지역 내 6000만개 상점에서 사용 가능하며 비트코인(BTC), 바이낸스 토큰(BNB), 스와이프 토큰(SXP), 바이낸스 미 달러 스테이블 코인 BUSD와 법정화폐를 지원한다. 이더리움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주동일 기자 j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