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실명발급 꺼리는 은행들…커스터디 사업만 ‘군침’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7-13 08:46 수정 2021-07-13 17:05

은행들, 가상자산 보관·관리·구매 서비스 진출
거래소들 “실명계좌 꺼리며서 돈되는 것만…"

가상자산 실명발급 꺼리는 은행들…커스터디 사업만 ‘군침’
은행들의 가상자산(암호화폐) 커스터디 사업을 차기 먹거리로 보고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들은 “은행들이 실명계좌 발급에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보다 안전하고 돈이 되는 커스터디 사업에만 열중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다.

커스터디는 금융 자산을 은행에 맡겨 보관 뿐 아니라 대리 구매, 결제, 정산 등을 통해 관리하는 서비스다. 즉, 가상자산 커스터디 서비스를 통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운용을 은행에 맡길 수 있는 셈이다. 가상자산 뿐만 아니라 대체불가토큰(NFT)나 부동산을 비롯한 증권형토큰공개(STO)도 수탁할 수 있다.

은행의 커스터디 사업 진출은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개인투자자들과 기관투자자들의 관심들이 높아지는 만큼, 해당 서비스를 통해 신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해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이 커스터디 진출을 위한 작업을 마쳤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헥슬란트, 법무법인 태평양과 가상자산 컨퍼런스를 열고, 가상자산 커스터디 서비스 계획 등을 발표했다. 갤럭시아머니트리, 한국정보통신, 헥슬란트와 협력을 맺고 가상자산 사업 분야도 진출했다. 이들 기업은 커스터디 연구개발 뿐만 아니라 NFT와 STO 연계 사업을 구체화 할 계획이다.

국민은행 역시 작년 해치랩스·해시드와 가상자산 관리 서비스 기업인 한국디지털에셋을 세웠다.

신한은행은 올해 1월 커스터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한국디지털자산수탁에 지분투자했다. 또 한국디지털자산수탁·비트고와 함께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커스터디 서비스 제공과 솔루션 공동개발에 돌입했다.

우리은행은 코인플러그와 가상자산 커스터디 전문기업 ‘디커스터디’ 설립키로 하고, 2대주주로 참여할 계획이다.

은행들의 커스터디 사업 진출을 보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꼭 받아야 하는 실명계좌 발급은 꺼려하면서, 은행이 직접 가상자산 서비스에 나서기 때문이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올해 9월 24일까지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마쳐야 한다. 기한 안에 신고를 하지 못한 거래소는 더 이상 국내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 현재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거래소는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뿐이다. 이마저도 신고를 마쳐야 하는 9월24일까지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같은 분위기로 가면 9월 이후 일부 거래소를 제외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대거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이 자리를 은행이 대체한다면 사실상 사업을 빼앗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격을 갖추지 못한 기업이 퇴출되는 것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현재 실명계좌 발급 기준은 아예 심사받을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주동일 기자 j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