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라, 새 백서 이어 금융당국 관계자 연달아 영입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0-05-25 07:23 수정 2020-05-25 07:23

페이스북 주도 블록체인 프로젝트 리브라
최근 백서 수정 이어 당국 관계자 영입
“금융당국 우려 반영했다” 분석도

스튜어트 레비 리브라 CEO. 사진=리브라 제공
스튜어트 레비 리브라 CEO. 사진=리브라 제공
리브라가 로버트 버너(Robert Werner) 법무자문을 선임했다고 지난 19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로버트 버너는 미국 금융범죄단속반(FinCEN) 디렉터와 해외자산통제국(OFAC) 디렉터를 역임한 바 있다. 연이은 금융당국 관계자 영입과 백서 수정 등을 두고 일각에선 “당국 눈치를 보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리브라 협회는 페이스북 등 여러 기업이 모여 만든 블록체인 프로젝트 연합체다. 스테이블 코인 ‘리브라’를 통해 국가 간 송금·결제 서비스를 은행 없이 비교적 빠르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리브라 협회는 출범을 앞두고 여러 금융당국으로부터 금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받아왔다. 실제로 비자를 비롯한 일부 회원사는 이 때문에 리브라 프로젝트에서 탈퇴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리브라의 연이은 금융당국 관계자 선임이 금융당국의 우려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리브라는 6일 스튜어트 레비(Stuart Levey) HSBC 최고법무책임자(CLO)를 초대 CEO로 합류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튜어트 레비는 미국 테러·금융정보(TFI) 담당 재무부 차관으로 불법자금 관련 업무를 맡은 바 있다. 이번 달에만 두 명의 미 금융당국 관계자가 합류한 것이다.

지난 4월엔 금융당국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도록 백서를 전면 수정했다. 퍼블릭 체인 전환을 포기하고 지급준비금 제도를 강화해 금융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내용의 담은 백서를 발표한 것. 이와 함께 리브라 출시를 올해 6월에서 연내로 연기했다.

최근 미국 금융당국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포기를 선언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늘고 있다. 텔레그램의 경우 진나 15일 블록체인 프로젝트 ‘톤’과 가상화폐(암호화폐·가상자산) ‘그램’ 출시를 포기하겠다고 발표했다. 과거에 진행한 ICO가 미등록증권 판매에 해당해 그램 출시를 금지해야 한다는 미 금융당국의 판단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상화폐를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의 ‘미국 눈치보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잘못된 프로젝트를 걸러내는 것은 엄연한 당국의 역할이지만, 특정 국가의 입김으로 업계가 좌지우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주동일 기자 j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