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원의 코인읽기]기나긴 기다림의 끝이 보이는 리플,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2-09-24 11:40 수정 2022-09-24 15:20

[권승원의 코인읽기]기나긴 기다림의 끝이 보이는 리플,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리플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이 약식 판결로 넘어가며 기나긴 싸움의 끝이 보인다.

리플에게 유리한 정황들이 미디어를 통해 노출되며 리플(XRP)은 이번 한 주 30% 넘는 폭등세를 보였다. 정부 기관과의 소송으로 짓눌려있던 XRP의 가격은 소송의 막바지 단계에서 투자자들에게 "XRP의 시대가 왔다"는 기대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리플이 SEC와의 소송이 결말에 다가서는 시점에 투자자들은 "이제는?"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리플사와 XRP의 미래에 대해 궁금해 한다.

SEC가 리플에 제기한 소송과 이 회사가 발행한 코인 XRP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 SEC, 리플을 통해 암호화폐 시장 전체를 넘보다

SEC가 타겟으로 노린 것은 단순히 증권법을 위반한 리플이 아니다. 명백히 미국 법인으로 분류되는 기업, 그리고 2020년 12월 전까지 견고하게 시총 3위를 유지하던 암호화폐 XRP. 리플을 증권법 위반으로 처벌할 경우 SEC에게는 법인을 가진 대다수의 암호화폐 기업들을 감독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된다. SEC가 XRP 발행사 리플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모든 암호화폐의 감독권이었다.

SEC의 소송으로 리플의 XRP는 미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퇴출되면서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현재까지 진행된 소송으로 리플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전세계 XRP 홀더 역시 짖눌러진 가격으로 고통의 세월을 겪고 있다.

암호화폐 기업 리플은 끈질기게 SEC와 공방을 벌이면서 항복하지 않았다. SEC가 그렸던 그림과 달리 2년의 시간 동안 리플은 '결사항전'을 외치며 저항했다.

# SEC 계획과 달라지는 상황들

2021년 10월, 공화당 패트릭 맥헨리 하원 의원이 SEC의 개리 겐슬러 위원장에게 암호화폐 규제에 관한 6개의 질의서를 보내고 답변을 요구했다. 해당 질의서는 간단했다. 암호화폐를 증권으로 규정하고 단속하려는 명확한 근거와 대중에게 명확한 규제 단속 이유를 설명하라는 주문이었다. 질문과 답변은 모두 리플 소송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사안이었다.

2022년, 미국 내 암호화폐 통합 규제안을 작성하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 명령에 따라 미국 입법부는 분주하게 암호화폐 시장을 규제할 명확한 법안 마련과 함께 전담 규제기관을 정해야 했다. 미국 정치권이 암호화폐 전담 규제기관으로 미국 상품거래위원회(CFTC)으로 선택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SEC 계획에 중대한 차질이 생겼다.

2022년 6월, 신시아 루미스 의원과 커스텐 질리브랜드 의원이 미국 암호화폐 통합 규제안 초안으로 '책임금융혁신법(Responsible Financial Innovation Act)'을 발의했으며 해당 법안을 통해 CFTC에게 암호화폐 규제 관할권에 무게를 실었다.

현재 미국 입법부는 책임금융혁신법을 기반으로 암호화폐 시장 통합 규제안을 마련 중이며 CFTC는 사실상 미국 내 암호화폐 시장 전담 규제기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리플과 XRP를 증권법으로 묶어둔 뒤 암호화폐 시장 전체에 대한 관할권을 챙기려고 한 SEC의 계획이 틀어질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CFTC의 캐롤라인 팜 상임위원이 리플을 방문하며 XRP의 관할권이 CFTC로 넘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시장에서는 "(SEC와 리플 소송) 게임은 끝났다"는 루머까지 나돌고 있다.

# 리플-SEC, 동상이몽

SEC가 코너에 몰렸지만 리플과의 소송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대한 감독권 획득과 이를 통한 CFTC와의 관할권 경쟁 승리를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리플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최소한 비기기라도 해야 한다.

리플의 경우 소송이 시작되며 최대 자본 집결지인 미국 시장을 잃었다. 하지만 효율적인 결제망 ODL을 통한 '새로운 글로벌 결제 시스템 구축', 즉 'SWIFT 2.0' 구현이라는 목적에 맞춰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 등지에서 공격적인 사업을 이어나간 결과, 소송이 진행되는 기간에도 전세계적인 ODL 보급에 성공했다.

은행 간 거래에 최적화 된 시스템으로 전세계 은행들은 ODL 선택에 주저하지 않았다. 실제 리플은 2021년 한 해 동안 약 800% ODL 거래를 성사시켰다.

리플의 행보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은 리플의 목적이 호재를 통한 암호화폐 XRP의 상승이 아닌 리플망 ODL의 전세계적 보급으로 굳혀진다. 결국 리플과 SEC 소송의 본질은 서로가 '진정한 타겟'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양측 모두에게 소송은 물러날 수 없는 전쟁이나 다름 없다. 이기는 쪽은 달콤한 과실을, 지는 쪽은 처절한 쓴맛을 봐야 한다. SEC는 소송에서 패하면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된다. 재판 결과에 따른 양측의 득실을 따졌을 때, SEC는 막대한 권력을 지닌 정부 기관이 조그마한 암호화폐 기업에 패배했다는 망신은 물론, 미국 암호화폐 시장 감독권을 CFTC에게 빼앗기고, 막대한 소송비용까지 물어줘야 한다.

리플의 경우 이미 리플망의 세계적인 보급에 중점을 둔 사업 전개를 이어나가고 있어 피해는 예상보다 적을 것으로 예측된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CEO가 "리플 고객은 95%가 미국 외 결제 회사들이며, 해외에서 기록적인 성장이 이루고 있다"며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점점 더 많은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SEC가 소송에서 승리해도 리플 사업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양측의 입장 차에 따라 리플이 승소할 경우 "이제는 잃을 것이 없다, 끝까지 간다"는 결의를 품은 SEC의 항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리플이 남긴 '신화'같은 비전에 의지한 채 기나긴 시간을 기다린 XRP 홀더들에게 이제는 진짜 소송의 끝이 보이는 것 같은 시점이 다가왔다. "참고 인내하는 자가 결국 승리한다"는 이야기는 결국 신화가 됐다. 리플 역시 그들이 제시한 신화같은 비전처럼 새로운 금융 시스템 설립 신화를 창조할 수 있을지 지켜볼 뿐이다.

권승원 기자 k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