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암호화폐에 등 돌리는 유럽…글로벌 기업 투자는 성행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2-05-24 14:15 수정 2022-06-20 09:59

EU 중앙銀 "암호화폐 가치 없어…신뢰 잃었다"
"기업 투자는 지속…블록체인 기술 긍정 평가"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유럽중앙은행 총재 / Gettyimages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유럽중앙은행 총재 / Gettyimages
루나 사태 이후 암호화폐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유럽의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규제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반해 블록체인의 기술기반 기업들의 투자는 꾸준히 늘어나면서 국책은행과 정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유럽 중앙은행들 "암호화폐 가치 없어…신뢰 잃었다" = 23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암호화폐에 큰 금액을 투자하지 않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칙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암호화폐는 아무 가치가 없으며(worth nothing), 가치에 대한 어떠한 근거도 없다"면서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위험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디지털유로가 더 안전한 가치 저장 수단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사람들이 평생 모은 돈으로 암호화폐에 투기하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 총재 앤드류 베일리(Andrew Bailey)도 최근 한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비트코인은 실용적이지 않으며, 결제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보유하기 원하기 때문에 이것에 가치가 있을 뿐"이라며 "사람들은 모든 종류의 물건을 수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프랑수아 빌레로이 드 갈로(Francois Villeroy de Galhau)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암호화폐의 엄청난 변동성 때문에 암호화폐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암호화폐는 신뢰할 수 있는 결제 수단이 아니다"면서 "(결제수단은) 누군가는 가치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고, 보편적인 교환의 수단으로 받아들여 져야 하지만 암호화폐는 그렇지 않다"고 밝혀다.

국제금융기관의 시선도 다르지 않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Kristalina Georgieva)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다보스포럼)에서 "비트코인은 코인이지, 화폐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암호화폐가 실제 자산으로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에 디지털 시대의 '피라미드(다단계)' 방식"이라며 "스테이블코인도 자산이 뒷받침된다면 안정적인 코인이지만, 뒷받침이 없으면서 20% 수익을 이야기할 경우 피라미드와 같다"며 최근 루나 사태를 힐난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각국 중앙은행은 암호화폐를 연결짓는 공공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는 실제로 안정적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기업 투자는 꾸준히…삼성도 웹3 플랫폼 투자 = 이같은 시각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 관련 투자는 늘어나고 있다. 암호화폐 헤지펀드 헤도노바(Hedonova)는 아랍에미리트(UAE) 소재 엔지니어링 회사 케미테크 DMCC(Chemie-Tech DMCC)가 이끈 시리즈A 투자에서 1840만 달러(약 233억 원)를 투자했다. 헤도노바는 암호화폐, NFT, 미디어 등 분야에 투자하며, 현재 9200만달러 상당 자산을 보유 중이다.

파일코인(FIL) 재단의 경우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과 협력해 우주에서 호스팅 가능한 오픈소스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만들 계획이다. 록히드마틴은 미국 군용기 제조사로 세계 최고 방위산업체 중 하나다.

파일코인 재단은 데이터 저장을 위한 분산형 P2P 네트워크 IPFS를 활용할 방침이다. IPFS 개발사 프로토콜 랩스(Protocol Labs) 정책 및 법률 고문인 마르타 벨처(Marta Belcher)는 "미래에는 하나의 위성이 또다른 위성에게 연료를 보급할 수 있게될 것"이라며 "실제 연결점이 없는 우주에서 이러한 거래가 발생하게 될 것이며, 이를 위해 탈중앙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자를 제공하는 암호화폐 저축 앱 '페블'이 620만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80여개 블록체인 및 e스포츠 회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게임파이 플랫폼 '젬스(GEMS)'는 디지털자산 투자사 젬(GEM) 그룹에 5000만달러 투자를 받을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삼성의 투자 자회사 삼성넥스트가 웹3 플랫폼 개발사 '사가'의 650만 달러 규모 시드 라운드에 참여했다고 알려졌다. 앞서 사가는 2023년 초 메인넷과 자체 토큰을 출시할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의 투자금융회사인 씨티그룹 제인 프레이저(Jane Fraser) 최고경영자(CEO)는 "일부 암호화폐 제품에 대한 확신은 떨어진다"면서도 "암호화폐 뒤에 있는 블록체인 기술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암호화폐 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가지로 나뉜다. 사기라는 주장과 1990년대 닷컴버블 과정과 같다는 시각이다.

박종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블록체인기술연구센터장은 '4차 산업혁명과 블록체인 컨퍼런스'에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핵심인 블록체인은 이제 막 시작한 단계에 불과하다"라며 "이 기술이 성숙하면 미래 스마트 사회에서 금융, 공공, 보건 등 각종 서비스 인프라를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주 기자 kk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