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은행 실명계좌 못받은 거래소 사장의 절규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9-28 16:37 수정 2021-09-28 16:37

코인마켓 전환 후 거래량 기존대비 95% 급감
‘빅4’ 거래소와 경쟁 못해…서서히 사라질수도

[현장에서]은행 실명계좌 못받은 거래소 사장의 절규
“코인마켓으로 전환한 뒤 거래량이 95% 가량 줄었습니다.”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프로비트를 이끄는 도현수 대표가 한국블록체인협단체연합회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자리에서 꺼낸 말이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사업자 신고 유예기간은 지난 24일로 종료됐다. 특금법 상 신고 필수요건인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한 거래소는 29개사다. 이들 모두 신고 접수는 완료한 상태다.

원화마켓은 일부만의 전유물이 됐다. 특금법 상 원화마켓을 유지하기 위해선 은행권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고 확인서를 발급받아 사업자로 신고해야만 한다.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및 코빗 등 4개 거래소만 원화마켓 사업자로 신고 접수했다.

가상자산거래소 빅4를 제외한 나머지 25개는 모두 원화마켓을 종료하고 코인간 거래만을 할 수 있는 소위 ‘코인 투 코인’ 거래소로 전락했다.

‘실명계좌를 열어달라’는 중견 거래소들의 요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특금법 시행을 불과 2달여 앞둔 지난달과 이달 초까지 수차례에 걸친 포럼과 세미나를 통해 금융권에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창구라도 열어줘야 한다는 요청을 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이 ‘빅4’를 제외한 중소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개설해 줄 의지가 없었다고 평가한다.

이한영 한국블록체인협단체협의회장은 “정부가 지난 7월 ISMS 업체 컨설팅 명목으로 맨투맨 조사를 했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하나도(실명계좌를)내주고 싶지 않다는 표색이 역력했다 한다”면서 “고칠 수 있는 유예기간을 줘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도현수 프로비트 대표의 주장처럼 원화마켓이 중지된 상황에서 코인마켓만으로는 중소 거래소의 경쟁력은 급격히 떨어진다. 원화로 직접 구입할 수 없다는 건 거래소 입장에서 치명적이다.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은행을 통해 원화를 입금하고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편리성 뿐만 아니라 정부가 인정한 거래소를 선호한다. 때문에 편리하고 안전한 빅4 거래소만 이용하게 된다.

협의회 측은 하루라도 빨리 건실한 중견 거래소들에게 실명계좌를 발급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협의회 관계자는 “정부 당국과 은행권에서는 하루빨리 중견 거래소들을 대상으로 실명계좌 발급과 함께 중견 거래소 운영 정상화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25개 거래소들의 사업자 신고가 수리가 될지 여부도 아직 미지수다.

금융당국은 접수 후 최대 3개월 동안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신고 수리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추고 있다. 현재까지 업비트를 제외한 모든 거래소는 모두 ‘접수’ 상태다. 반려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반려될 경우 사실상 영업 불가다.

김태림 법무법인 리전 변호사는 “금융위의 신고, 수리에 가장 중요시 되는 것은 실명계좌 발급 여부”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수민 기자 k8silver@
주동일 기자 j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