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거래소 대표들의 탄식, “문 닫고 한숨만…”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9-07 16:57 수정 2021-09-07 16:57

ISMS 획득 거래소, 실명계좌 읍소만 한달 간 4차례
은행 실명계좌 창구 없어…문조차 열어주지 않아
특금법 신고 데드라인 임박, 금융당국 전향 대처 촉구

한국블록체인협회 특정금융정보법 상 은행 실명 출입금계정 발급 관련 긴급 성명 발표 현장. 사진=이수길 기자
한국블록체인협회 특정금융정보법 상 은행 실명 출입금계정 발급 관련 긴급 성명 발표 현장. 사진=이수길 기자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 은행과 해결이 잘 안되고 있다고 (금융당국에) 말했더니 ‘잘 마무리하라’고 덕담만 해줬다. 한숨이 절로 난다.”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프로비트를 이끄는 도현수 대표가 7일 한국블록체인협회 회원사 간담회에서 냉소와 함께 꺼낸 말이다.

국내 중소, 중견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유예기간 종료 17일을 앞두고 실명계좌 발급의 길이 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년간 두드려도 문 조차 열어주지 않았다는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입성한 선발 업체들만 특혜를 보고 있다는 불공정 문제를 성토하고 있다.

지난 한달 간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들이 외부 포럼, 세미나, 토론회 등에 참석해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해 토로 및 읍소한 사례만 총 4번에 달한다.

지난달 12일 가상자산 법제화 및 개선방안 토론회를 시작으로 같은달 19일 국회에서 진행한 특금법 원포인트 개정방안 포럼, 같은 달 25일 국민의힘 가상자산 특별위원회 현장간담회에 이어 7일 성명 발표까지 모두 특금법 신고, 특히 실명계좌 이슈 사항이 주된 화두였다.

이들 거래소 대표들은 이구동성으로 특금법 상 신고 유예기간을 연장하거나 금융당국의 전향적 대처를 촉구하고 있다.

특금법 상 필수 신고요건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이다. 7월 말 기준 21개사가 인증을 획득했다. 국내 중견 가상자산 거래소들 상당수가 ISMS 인증은 이미 확보한 상태다.

관건이 되는 것은 실명계좌다. 실명계좌 발급은 ‘오리무중’이다. 국내에서 실명계좌를 발급받아 원화 거래를 지원해왔던 곳은 빅4로 불리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및 코빗이다. 이 중 업비트만 연장 계약을 맺고 지난달 20일 금융당국에 신고했다. 빗썸과 코인원, 코빗 등 3개사 역시 이번주 중 연장 계약이 유력시 된다.

나머지 중견 거래소들은 실명계좌 발급에 목을 매고 있다. 당장 특금법 유예기간 종료는 불과 17일 밖에 남지 않았다. 추석 연휴 기간을 감안하면 사실상 신고 마감 시한은 다음주까지다.

신고 이후 심사까지 감안해야만 한다. 특금법 상 필수 요건인 ISMS 인증을 확보했으나 실명계좌를 못 받은 거래소들은 아무리 늦어도 다음주 초까지는 실명계좌 없이 가상자산 간 거래만 지원할지 여부를 판단, 신고서를 제출해야만 한다.

중견 거래소 대표들은 이구동성으로 은행권이 문 조차 열어주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임요송 코어닥스 대표는 “은행에 가상자산 사업자 입출금계좌를 신청할 수 있는 창구 자체가 없다. 지금 인맥을 통해 은행 담당자를 만나고 있는데 이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ISMS 심사도 까다롭다. ISMS 인증을 받은 거래소라도 불러서 실명계좌 관심 있는 은행 있는지 (금융당국이)거꾸로 물어볼 수도 있었을텐데 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강대구 보라비트 대표는 “지난해부터 은행과 협의했지만 은행은 금융당국이 활로를 열어주지 않으면 계약을 못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금융당국이 말로는 컨설팅 절차를 진행했다고 하는데 실명계좌 개설과 관련해서는 말을 해주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특금법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들이 이구동성 유예기간 연장, 혹은 금융당국의 전향적 대처를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정부는 지속 실명계좌 발급은 금융업체 스스로 결정해야할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국제자금세탁기구(FATF)에서 은행들이 스스로 자금세탁 위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취임한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인사 청문회에서 가상자산 사업자 줄폐업 우려와 관련 업계 목소리를 청취하겠다고도 공언했지만, 고 위원장이 아닌 기획행정차장이 대신 나오기로 했다.

도현수 대표는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거래소들을 정리해야 한다 생각하고 있지만 옥석은 구분해야 하지 않나”라며 “4대 거래소 만큼 열심히 했는데 문제되는 거래소들과 동일시 되는 문제가 안타깝다”고 탄식했다.

김수민 기자 k8sil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