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신고 D-30]특금법 개정 요구 거세지만, 통과 여부 ‘미지수’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8-26 07:51 수정 2021-08-26 07:51

야권 유예기간 연장 특금법 개정안 조속 통과 촉구하지만
여당 “불확실성 확대”…금융당국 “기간 충분히 줬다” 반대
10월 국감서도 예고, 대선 국면 속 여야 조율 여부 ‘미지수’

사진=이수길 기자.
사진=이수길 기자.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유예기간 종료 30일을 앞두고 정치권과 업계에서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예기간 종료 이후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줄폐업이 우려된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유예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들이다. 이미 야권을 중심으로 관련 법안들이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불과 30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법안들이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야당을 중심으로 유예기간 연장 법안 조속 통과에 힘을 싣고 있지만 여당은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이미 충분하다며 요지부동이다.

26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에서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유예기간을 6개월 연장하는 내용의 특금법 개정안 3건이 발의된 상태다. 3건 모두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이다.

지난 4일 조명희 의원을 시작으로 6일 윤창현 의원, 19일 이영 의원이 각각 특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 내용들은 소폭 차이가 있지만 3개 개정안 모두 신고 유예기간을 6개월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와 야권은 이구동성으로 특금법 유예기간이 종료될 경우 거래소들의 줄폐업과 이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유예기간을 일단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진행된 특금법 원포인트 개정방안 포럼 인사말을 통해 “신고 핵심 요건인 실명계좌가 발급되지 않아 사업자 줄폐업이 우려되며 660만명에 이르는 투자자 피해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큰 혼란도 우려된다”면서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해당 포럼을 개최한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당국이 거래소 신고 요건인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한 파생책임을 은행에 전가하고 있어서 은행들이 심사 자체를 거부하거나 고의로 지연하고 있다”면서 “국민들의 피해가 우려돼 일단 (유예기간을)6개월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회는 25일 가상자산 거래소 프로비트에서 현장간담회를 열고 거래소 업계의 입장을 청취했다. 이날 행사에서 윤창현 의원은 “신고기한 6개월 연장을 포함한 특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연장을 위한 연장이 아닌 공정한 심사 기회 보장을 위한 꼭 필요한 연장”이라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중견, 중소 거래소들의 경우 실질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유예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임요송 코어닥스 대표는 “특금법 시행령으로 9월24일까지 사업자들은 신고해야만 한다.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할 시 사실상 폐업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비자 보호법도 없이 특금법으로 영업을 종료한다는 것은 위험하다. 조금 더 시간을 줘서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고 국가 중요 산업으로 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승환 지닥 대표는 25일 현장간담회에서 “자금세탁방지에 대한 역사도 얼마 되지 않아 은행도 매일매일 새롭게 업그레이드하고 개선, 컨설팅도 하고 있다”면서 “가상자산 사업자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이는 현실적인 허들”이라고 비판했다.

야권과 업계에서 유예기간 연장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관련 내용을 담은 특금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당장 여당에서는 특금법 유예기간을 연장할 시 불확실성이 가중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금융당국 역시 이미 충분한 시간을 줬다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가상자산 태스크포스 간사를 맡고 있는 김병욱 의원은 지난달 말 거래소 대표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유예기간 연장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면서 “오히려 불확실성만 커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 6일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하게 성장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금융위가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면서 “특금법 시한인 9월까지 실명계좌 등 요건 미충족으로 신고를 하지 못하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폐쇄 등 강력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역시 유예기간은 이미 충분히 줬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전은주 금융정보분석원 기획협력팀장은 19일 포럼에서 “신고기간 연장 등은 법률 개정 사항으로 국회의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면서도 “신고 기간 연장의 경우 어느정도 기간이 충분히 주어졌다고 보고 있어 시장 질서를 위해서는 기존 일정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권민영 국무조정실 금융정책과장 역시 “정부로서는 신고 유예기간 연장 시 적법 요건을 갖추지 않은 사업자들로 인한 투자자 피해 증대 우려를 간과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여당과 금융당국의 반대 입장 뿐 아니라 국회 일정 역시 촉박하다. 특금법 신고 유예기간 한달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 속 국정감사 역시 10월 중 진행될 예정이다. 국정감사는 국회의원의 정부 감시, 비판 역할을 할 수 있는 핵심적인 일정으로 준비하는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더군다나 대선국면을 앞둔 상황 속 여야 간 의견 조율이 가능할지도 미지수여서 통과 가능성은 다소 낮아보인다.

이영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현장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당이 산업으로 보고 있느냐 아니면 2030세대가 가상자산 투자를 많이 하다보니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정치적 판단으로 보느냐에 따라 (개정안 처리가) 빨리 갈 수 있느냐 없는냐가 갈릴 것”이라며 “산업으로 보면 의기 투합해 빠르게 갈 수 있겠지만 정치로 본다면 기한안에 끝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진 기자 lej@
주동일 기자 j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