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에 800억 투자한 위메이드…메타버스·NFT 더한 ‘큰 그림’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7-29 09:27 수정 2021-07-29 09:27

비덴트 2대 주주…메타버스 서비스-거래소 시너지 기대
게임위 심의 변수…신임 위원장 통한 전화위복 가능성도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사진=위메이드 제공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사진=위메이드 제공
게임사 위메이드가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코리아의 주주사 비덴트에 이달 총 800억원을 투자하며 2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최근 메타버스와 NFT(대체불가능토큰)의 결합에 집중하는 위메이드가 빗썸을 통해 자사 디지털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등 블록체인 업계와의 시너지를 기대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다만 위메이드에서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NFT 기반 게임이 아직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의 산을 넘지 못한 점은 변수로 꼽힌다. 일각선 이달 말로 게임위원장 임기가 종료되면서 신임 게임위원장의 성향에 따라 정책기조가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위메이드는 27일 비덴트에 30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지난 15일엔 비덴트에 500억원을 투자하며 2대 주주에 오른 바 있다. 이달 동안에만 총 800억원을 들인 것이다.

방송용 디스플레이 전문 기업 비덴트는 블록체인 업계에선 빗썸의 주요 주주사로 알려져 있다. 비덴트가 보유한 빗썸코리아 지분은 10.25%에 달한다. 동시에 빗썸홀딩스 지분을 34.24%를 소유한 단일 최대주주다.

위메이드는 이번 투자를 통해 거래소 빗썸에 간접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사 지명 및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위메이드의 빗썸 투자는 집중하고 있는 메타버스-NFT 결합 서비스와의 시너지 기대 때문으로 보인다.

메타버스란 아바타를 통해 가상으로 구현된 세계에서 사회관계를 맺는 서비스를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올해 3월 상장한 로블록스와 네이버Z에서 운영 중인 제페토를 들 수 있다.

최근 메타버스 서비스엔 패션과 럭셔리, 자동차, 교육 등 다양한 산업군이 진출하고 있다. 특히 가상현실 세계에서 아바타에 입힐 수 있는 의류 등 아이템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구현한 NFT 서비스와의 접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메타버스 내 아이템을 NFT로 만들 경우 해당 파일을 한정된 수량으로 제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용자가 해당 파일을 디지털자산으로서 온전히 소장하거나 타인과 거래할 수도 있다.

NFT 파일은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 등을 통해 보다 높은 자산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유통 측면에서도 보다 활발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비덴트 투자와 관련한 컨퍼런스콜에서 “거래소가 결국 메타버스와 가상자산 이코노미의 허브 역할을 할 것이라 본다”며 “거래대금 상승 등 재무적 효과뿐 아니라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거래소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덴트 투자하게 된 건 보유하고 잇는 빗썸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위메이드는 올해 4월 빗썸 인수에도 참여했지만 복잡한 빗썸 지분 관계 때문에 인수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전략을 바꿔 비덴트 투자에 나선 것이다.

장 대표는 “여느 회사와 달리 (빗썸엔) 많은 주주가 참여 중이고 단계적으로 돼 있다”며 “보통 인수합병은 대주주를 인수하면 완료되는 형태지만 빗썸은 그렇지 않다. 복잡한 구조에 맞춰 단계적으로, 여러 이해관계자와 협력해서 진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빗썸은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기반 토큰 위믹스를 상장한 상태다. 위메이드 역시 블록체인 게임 출시에 더해 NFT 경매 플랫폼을 운영하는 등 블록체인 관련 사업에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위메이드의 ‘큰 그림’에 긍정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 서비스가 게임으로 분류될 경우, 게임위로부터 심의를 받아야 하는 큰 산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임위는 그동안 블록체인 게임 심의 분류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NFT를 도입한 블록체인 게임의 사행성을 판단할 기준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엔 가상자산 관련 법인 특정금융정보법 시행 이후 블록체인 게임 심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특금법을 시행한 올해 하반기까지도 블록체인 게임 심의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나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게임위원장 교체를 통해 전화위복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이재홍 현 게임위원장의 임기가 이달 29일로 만료되면서, 신임 게임위원장 선출에 따라 국회와 게임위의 블록체인 게임 정책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추측이다. 업계에선 김규철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 위원장 등이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

한편 장 대표는 2022년 블록체인 관련 사업 전망에 대해 “블록체인 기반 여러 게임들을 올해와 내년에 걸쳐 출시할 예정”이라며 “글로벌한 블록체인 게임 이코노미를 만드는 것이 위메이드가 추진하는 위믹스 기반 블록체인 사업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참여하게 된 빗썸과 관련해선 국내 주도하는 거래소에 머무는 게 아니라, 세계적 거래소로 탈바꿈하는 원년이 2022년이 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주동일 기자 j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