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카카오 그라운드X, 한은 CBDC 선정…뭐가 달랐나?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7-21 10:31 수정 2021-07-21 10:36

한국은행 CBDC 모의실험 우선협상자에 그라운드X 선정
그라운드X, 라인플러스·SK 경쟁서 기술‧가격 모두 최고
지난해부터 CBDC 플랫폼 주목, 연구개발·파트너십 ‘한창’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
한국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 우선협상자에 그라운드X가 선정됐다. 그라운드X는 라인플러스와 SK주식회사와의 경쟁에서 기술력과 가격 측면에서 경쟁사 대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미국 블록체인 업체인 컨센시스, 국내 스타트업인 온더도 참여한다. 클레이튼을 개발, 생태계를 확대시키고 CBDC 기술력을 가다듬은 공을 인정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21일 조달청의 나라장터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발주한 중앙은행 CBDC 모의실험 연구 용역에서 그라운드X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CBDC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 가상자산(암호화폐)다. 기존 가상자산과 달리 가격 변동이 없고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만큼 기존 화폐와 동일한 가치를 지니며 현금처럼 활용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이 주요 도시에서 CBDC의 실험에 나서며 내년 동계올림픽에서 상용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과 일본, 유럽 등에서도 CBDC와 관련한 연구, 논의가 한창이다.

한국은행이 발주한 이번 연구 용역은 클라우드에서 운영되는 실험환경을 조성하고 현존하는 지급 결제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을지 여부를 확인하는 성능테스트 등을 수행하는 모의실험이다.

해당 용역에는 그라운드X 외에도 네이버의 자회사인 라인플러스, 인터넷 서비스 업계 3강 중 하나인 SK주식회사가 뛰어들었다.

라인플러스는 일본 및 동남아 지역의 ‘국민메신저’로 꼽히는 라인 플랫폼을 바탕으로 가상자산 링크와 거래소, 라인뱅크 등 다양한 테크핀 사업을 펼치고 있다. 기술 계열사인 언체인을 통해 CBDC 플랫폼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 플랫폼의 영향력이 막대한만큼 각국 중앙은행들과도 CBDC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SK주식회사는 인터넷 서비스 업계 3대 업체 중 하나다. 주 사업이 B2B인만큼 가상자산을 직접적으로 발행하진 않았지만 다양한 산업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기업용 플랫폼 등을 개발하는 등 B2B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은행의 CBDC 모의실험은 내달부터 내년 6월까지며 사업규모는 49억6000만원이다. 규모적 측면에서 참여한 기업들, 모기업집단(카카오, 네이버, SK그룹)들의 매출규모와 비교해 ‘세발의 피’ 수준이지만 중앙은행의 첫 모의실험이라는 상징성, 향후 CBDC의 본 사업 추진 시 가점으로 작용할 수 있어 입찰 결과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돼 왔다.

한국은행 CBDC 모의실험 용역 평가는 가격 10점, 기술 90점 등 총점 100점 만점으로 평가가 진행됐다. 나라장터 개찰 결과 그라운드X는 가격과 기술 모두 경쟁사 대비 높은 점수를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라운드X는 가격평가에서 9.975점을, 기술평가에서는 85.4004점을 받아 총점 95.3754점으로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입찰에 참여한 3사 가운데 가격, 기술 모두 최고점이다.

라인플러스는 기술평가 점수에서 84.6223점을 받아 그라운드X와 근소한 차이(0.7781점)을 보였지만 가격평가에서 3사 중 가장 낮은 점수(8.0959점)를 받았다. 총점은 92.7182점으로 2위다.

SK주식회사는 가격평가에서는 9.3496점을 받아 2위를 기록했으나 기술평가에서 80.4667점을 기록,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라운드X와의 기술평가 격차는 4.9337점이다. SK주식회사의 총점은 89.8163점으로 입찰 기업 가운데 꼴지를 기록했다.

그라운드X가 이번 용역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지난해부터 CBDC 플랫폼 개발을 착실히 준비해온 결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라운드X는 지난해부터 지속 CBDC에 관심을 보이며 관련 플랫폼 개발 및 준비, 파트너사와의 협력 등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IF 카카오’ 행사에 참석한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해외에서 CBDC의 연구 및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CBDC가 가져올 금융혁신과 생활 변화는 어마어마할 것”이라며 자사는 플랫폼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춘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이더리움 기반 기술 개발사인 컨센시스와 CBDC 관련 기술 협력을 맺었다. 컨센시스는 조셉 루빈 이더리움 공동 창업자가 세운 블록체인 기술 솔루션 기업으로, 이더리움 지갑 메타마스크와 스마트 컨트랙트 개발 도구 트러플 등 인프라를 개발해왔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기술 협력을 통해 클레이튼 성능을 대폭 강화, CBDC를 발행하고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연구 용역에는 그라운드X의 파트너들도 같이 협력한다.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CBDC 기술 협력을 맺은 컨센시스에 더해 국내 블록체인 기술 스타트업인 온더도 참여한다. 온더는 CBDC 결제 정보를 처리하는 블록체인 확장 영역에서 기술력을 발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CBDC 모의실험 용역 사업자 선정으로 그라운드X가 발행한 가상자산 클레이도 가상자산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클레이는 그라운드X의 클레이튼 생태계에서 활용되는 가상자산이다. 국내 4대 거래소 가운데 빗썸, 코인원, 글로벌 시장에서는 바이낸스에서 거래할 수 있다. 빗썸에 따르면 클레이는 지난 20일 오전 1000원대 초반에 거래되다 CBDC 선정 소식에 한때 10% 이상 급등, 1150원까지 치솟았다가 현재 1030원대로 안정화됐다.

한편 한국은행은 늦어도 다음주 내에 그라운드X와 CBDC 모의실험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한국은행은 이번 연구 용역을 통해 CBDC와 관련한 기술적 필요사항들을 점검한 뒤 본사업 진행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이어진 기자 le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