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人]박재경 가상자산평가원장 “객관적 평가 투자자 피해 막는다”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6-22 15:22 수정 2021-07-14 13:50

가상자산가치평가원 초대 원장 박재경 폴리텍대학교 정보보안과 교수

박재경 가상자산가치평가원장
박재경 가상자산가치평가원장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대대적인 가상자산을 퇴출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대대적인 ‘부실 코인’ 솎아내기가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거래소 상장 가상자산이 무더기 상장 폐지될 경우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는 커질 수 밖에 없다. 거래소 상장부터 상장 폐지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가상자산가치평가원(가평원)은 보안 기술에 정통한 교수들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프로젝트를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이달 9일 출범한 기관이다. 한국폴리텍대학교에서 정보보안과 학과장을 맡고 있는 박재경 교수는 가상자산평가원의 초대 원장으로서 “특정 집단의 이익 등을 대변하지 않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가진 평가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원장은 홍익대학교에서 전자계산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정보보안 전문가로 1995년부터 2012년 카이스트 사이버보안연구센터의 보안개발 실장을 맡기 전까지 보안기업에서 일하며 우리나라의 처음 보안팀을 구성하는 데에 일조한 장본인이다.

당시 박 원장은 국정원 등에 보안 시스템을 제공하는 개발자로서 국내 보안 현장 경험을 쌓았다. 한국인력관리공단 전국기능경기대회 사이버보안 심사장 등을 맡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실무 경험 덕이라는 게 박 원장의 설명이다.

2015년부터 폴리텍대학교 정보보안과 교수를 맡은 박 원장은 국방부 보안 자문위원, 한국컴퓨터정보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한국컴퓨터정보학회는 가상자산평가원을 출범한 ICT 전문 학회다.

블록체인 분야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에 대해 박 원장은 “정보보안을 전공해 암호학을 공부해오면서 해킹 대비 등에서 경쟁력을 갖는 블록체인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졌다”며 “블록체인 생태계 유지와 보상을 위해 필요한 가상자산에 관한 공부도 함께 했다”고 말했다.

가평원을 세운 것은 최근 가격 폭락 등으로 피해를 보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나 가상자산에 대한 가치 평가 유보, 중국과 인도의 가상자산 금지 등 사회적인 이슈와 가격 급락으로 피해자가 양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가상자산이 가치가 있을지는 아무도 답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마저 가상자산을 인정할지, 어떻게 유지할지 등에 대한 제도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 교수들이 직접 객관적인 지표를 제시하고, 혼란스러운 가상자산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위원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가평원은 현재 한국폴리텍대학에서 주관 중인 한국컴퓨터정보학회의 부설 평가원으로, 6월 5일 학회 내 이사회 결의를 거쳐 6월 9일 출범했다.

평가는 기존에 거래소와 쟁글 등에서 사용해왔던 평가지표를 토대로 삼아 ▲백서에 명시된 기술 ▲재무제표·신용평가표 기반 회사 운영 능력 ▲서비스 미래 비전과 객관적인 전망 등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이어 교수들이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정성평가를 거치는데, 해당 평가 지표는 모두 공개할 계획이다.

박 원장은 “(평가 시스템은) 향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보다 세분되고 객관화되겠지만, 기존 거래소나 쟁글의 기준에 비해 객관성이 떨어지진 않고 있다고 본다”며 “상장했거나 상장 중인 가상자산이 있다면 객관적인 평가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가평원은 거래소에 상장된 일부 가상자산을 임의로 선정해 평가를 진행 중이다. 해당 점수는 창간호를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단 지금까지 평가를 진행한 결과 10점 만점에서 5점 이하로 점수를 받는 가상자산들이 많다보니 “그다지 좋은 점수는 안나오고 있다”는게 박 원장의 평이다.

박 원장은 “사용자들에게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위해선 백서라던가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등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코인만 상장해 투자자들에게 돈을 갈취하려는 프로젝트는 시장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생각해 냉정하게 평가 중”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가평원은 가상자산 취급 중인 4대 거래소뿐만 아니라 은행, 국회 등에 가상자산 가치평가 확대를 위한 공문을 전달한 상태다.

물론 어려움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박 원장은 “가상자산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곱지 않고, 자료도 부족한 데다 가상자산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지, 교수들의 이익을 대변으로 변질되진 않을지 우려해 참여를 주저하는 분들도 많다”며 “하지만 어려움이 있더라도 가상자산 평가는 누군가 해야만 하는 일인 만큼 기꺼이 할 것”이라며 포부를 드러냈다.

박 원장은 가평원을 통해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지표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그는 “1~2년 정도는 지금처럼 운영하다 보면 정부에서도 가상자산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등 반응을 보일 것이라 기대한다”며 “특정 집단의 이익 등을 대변하지 않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띠는 것이 가평원의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불로소득을 통해 많은 돈을 얻으려는 사회적 풍토가 빨리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가상자산이 올바른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여당 등과 이야기해 올바른 기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주동일 기자 j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