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가상자산 제도권 진입…주저하는 정부, 몰아붙이는 정치권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5-27 15:45 수정 2021-05-28 14:23

가상자산 주무부처 두고 기재부-금융위 핑퐁게임
정부 뒷짐진 새 가상자산 범죄 피해규모만 5.5조
국회, 가상자산 법률 개정 착수…피해보호 ‘방점’
업계, 가상자산업법 TF 발족…진흥·피해보호 주력

사진=이수길 기자.
사진=이수길 기자.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이 미국, 중국 등의 규제와 압박이 이어지며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미온적 대처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반해 정치권에서는 관련 산업 발전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제화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는 가상자산과 관련한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주무부처 설정을 두고 부처간 핑퐁 게임을 벌이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가상자산 사업자들에 신고 의무를 부과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소관 부처가 금융위원회인 만큼 주무부처에 가장 가까운 부서로 금융위를 꼽았다. 그는 사견을 전제로 “주무부처는 금융위에 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 주무부처 설정에 대해 껄끄럽다는 입장이다. 이는 은성수 위원장의 공식석상의 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은 위원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가상자산을 “인정할 수 없는 화폐”,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은 보호 대상이 아니다” 등 강경 발언과 함께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은 위원장은 최근 “가상자산 가격 변동은 보호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 부처들이 가상자산 주무부처 컨트롤 타워를 두고 핑퐁게임을 하는 동안 국내 투자자들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26일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지난 4월까지 가상자산 관련 범죄 피해액은 약 5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경찰이 입건한 가상자산 관련 범죄는 총 585건으로 피의자수만 1183명에 달한다.

정부가 뒷짐지고 있는 사이 국회와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산업 활성화, 투자자 보호를 위한 논의 및 대응에 한창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달 10일 보고서를 통해 “가상자산과 관련한 정책, 제도설계는 진흥에 초점을 둘 것인지 투기 및 피해자 보호를 막기 위한 규제에 방점을 둘 것인지, 양자를 어떻게 적절히 혼재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결정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부처 간 조율의 체계화를 위한 정부 컨트롤타워의 구축 또는 주무부처의 지정 필요성은 더욱 크다”고 진단했다.

국회 차원에서도 관련 법안 마련에 한창이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가상자산업법을 발의했고 17일 같은 당 김병욱 의원 역시 가상자산업권법을 발의했다. 두 의원 모두 금융위원회를 소관하고 있는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이다.

두 법안은 모두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손해배상책임 부과 등 이용자 보호에 초점을 두고 있다. 단 이용우 의원의 가상자산업법은 명의대여 금지, 자금세탁 방지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정부로부터 인가된 거래소만 운영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반면 김병욱 의원의 가상자산업권법은 가상자산 발행사의 신고 및 정보공시 의무를 부여하고 거래소를 등록제로 운영케 하는 내용을 담았다.

여당 뿐 아니라 야당에서도 가상자산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거래소의 인가제 도입, 승인된 가상자산만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가상자산 업계 역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26일 가상자산산업법, 업권법 제정 과정에서 업계 의견을 수렴, 전달하기 위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TF를 발족했다. 협회는 TF를 통해 가상자산 산업과 기술 발전, 소비자 보호 및 시장 발전을 위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TF단장을 맡은 이종구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은 “업권법과 관련해 국회에서 다양한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지만 산업과 기술 발전, 이용자 보호까지 아우를 수 있는 균형 잡힌 통합안이 도출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업계 의견이 균형 있게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진 기자 le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