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人을 만나다]이진영 변호사 “특금법, ‘회색지대’ 가상화폐 제도화 첫 발”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0-06-10 07:51 수정 2020-06-10 07:51

“가상화폐 거래 입법 토대 될수도”
“영세 거래소·ICO 사라질 수 있어”

이진영 변호사. 사진=블록스트리트
이진영 변호사. 사진=블록스트리트
특금법(특정금융거래정보보고및이용에관한법률)이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관련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법안이 나오지 못해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디지털자산(암호화폐)가 제도권 안에 들어설 수 있게 됐다는 긍정적인 평이 지배적이었다. 법무법인 정세 이진영 파트너 변호사를 만나 특금법의 의의와 한계, 향후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특금법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A. 특금법은 불법자금·자금세탁·공중협박자금의 조달 즉 테러자금조달을 방지 규제하기 위한 법률이다. 특금법 개정안에 가상화폐(법률상 ‘가상자산’) 관련 내용이 들어간 것은 2019년 6월 채택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안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09년 FATF 정식회원국이 됐고, FATF의 권고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따르지 않을 경우 금융기관들의 금융비용이나 국가신용등급 경우에 따라서 회원자격박탈에 이르기 때문에 사실상 구속력이 있다.

Q. 특금법 개정안의 의의가 있다면?
A. 그동안 우리 정부는 가상화폐와 관련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법으로 규율하고 제도화하는 데에도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FATF 권고에 따라 특금법에 가상화폐 관련 내용을 넣어 규율하게 됐다. 회색지대로 남아 있던 가상화폐 관련 거래가 일정 부분 법으로 규율돼 제도화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 특금법 개정안은 자금세탁 등의 문제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지만, 향후 가상화폐 거래에 관한 입법의 토대가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Q. 특금법 통과로 가상화폐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하다.
A. 가상화폐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법률에 맞춰 제도권으로 빠르게 진입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법률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존의 가상화폐사업자들은 도태될 것으로 보이고, 어느 정도 규모와 신뢰성을 갖춘 가상자산사업자들 위주로 재편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특금법의 한계와 향후 보완점이 있다면?
A. 특금법은 불법자금·자금세탁 등의 방지를 위한 법률이지 가상화폐의 거래에 관한 법률이 아니다. 그 자체에서 한계가 있다. ICO의 요건·절차·방법이나 거래소의 상장요건·부정거래 등에 대한 규율은 아니다. 가상화폐거래를 하려는 사업자는 이 법에 의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 합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지만, 신고요건이 까다롭고 다소 불명확한 점이 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신고요건이 까다롭고 불명확한가?
A. 가상화폐사업자는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소요돼 영세 사업자들의 시장진입이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또 실명 입출금 계정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계정의 개설기준이 조건이 대통령령에 위임돼 있어서 법률상 분명하지 않은 점이 있다. 대통령령에서 어떻게 규정되느냐에 따라 계정의 개설, 즉 신고가 가능한지 결정되는 상황인데 사실상 정부의 방침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Q. ICO 시장에 대한 전망도 궁금하다.
A. 가상화폐가 초기에 각광을 받은 ICO라는 새 자금조달수단으로 이용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사기·유사수신·불법다단계로 상당히 위축됐는데, 특금법을 통해 ICO시장은 더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고 경우에 따라 불가능해 질 수도 있다. 기존 정부 방침뿐만 아니라 특금법에 따라 사실상 금지될 수 있는 것이다.

Q. 특금법의 어떤 내용 때문에 ICO가 금지될 수 있다고 보나?
A. 특금법은 가상자산거래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가장자산거래를 하는 자를 ‘가상자산사업자’로 규정한다. 물론 가상자산거래에 가상화폐의 발행은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가상화폐를 발행만 해놓고 있을 사업자는 없을 거다. ICO를 통해 매매·교환·이전 등 거래를 하기 위해선 특금법에 의해 신고를 해야 하는데, 신고요건을 갖춰 ICO를 할 수 있는 업체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스타트업에선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Q. 대안은 없을지 궁금하다.
A. 이미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된 업체에 위탁해 ICO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된 업체들에겐 사업범위를 확장하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

주동일 기자 j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