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人을 만나다] 기태현 교수 “보안, 블록체인 생태계 살릴 것”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0-06-03 09:58 수정 2020-06-03 09:58

1세대 화이트해커 블록체인시큐리티 기태현 대표
“거래소, 은행 수준 보안 갖춰 세계적인 경쟁력 가질 수도”
“가상화폐 은행 만들 수 있는 시대…대기업 참여로 생태계 커질 것”

기태현 블록체인시큐리티 대표. 사진=블록스트리트
기태현 블록체인시큐리티 대표. 사진=블록스트리트

“우리나라만 가상화폐 거래소에 은행 수준의 보안을 요구하고 있어요. 국내 거래소가 보안으로 신뢰를 얻어 세계 최고 수준으로 거듭날 수도 있다는 거죠.”

1세대 화이트해커이자 서울여자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겸임교수, 블록체인시큐리티 대표인 기태현 대표는 블록체인 산업 전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 보안 관련 규정들을 통해 우리나라 블록체인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Q. 1세대 화이트 해커라는 이력이 인상적이다.
A.
우리나라 화이트해커 연합 ‘HARU’에 속해있다. 세계에서 화이트해커들이 연합으로 활동하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원래 보안 컨설팅 일을 많이 했다. 보안 컨설팅 업체 대표로도 3년 정도 일했다.

Q. 최근 보안 업계 분위기는 어떤가?
A.
전과 달리 보안이 어떤 서비스보다 중요한 분야로 꼽히게 됐다. 돈 버는 거 다음으로 보안이 중요한 때 아닌가. 특히 내년부터 은행이나 카드회사, 삼성 같은 대규모 IT기업이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사업에 참여할 거라고 본다. 가상화폐(암호화폐·가상자산)가 글로벌 지불 수단으로 사용하기에 편리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보안에 대한 수요도 많아질 거다.

Q. 특금법 통과의 영향도 클 것 같다.
A.
맞다. 특금법이 규정한 자금세탁방지법·이상징후 탐지·보안처리 등은 증권사와 은행 등이 기존에 해오던 것들이다. 거래소 등 블록체인 기업이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비슷한 수준의 보안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Q. 특금법 통과로 어떤 것이 바뀔 거라고 생각하나?
A.
국내 블록체인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대기업과 은행의 참여로 투자가 늘어 블록체인 생태계가 활성화 될 거라고 본다. 거래소에게 은행 수준의 보안을 갖추라고 요구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높아진 보안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해 문을 닫는 거래소도 생기겠지만, 상위 거래소들은 은행 수준의 보안으로 신뢰도를 높여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거라 생각한다.
기태현 블록체인시큐리티 대표. 사진=블록스트리트
기태현 블록체인시큐리티 대표. 사진=블록스트리트
Q. 블록체인 관련 기업에 굳이 보안이 필요하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A.
예전엔 블록체인만으로 보안이 완벽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보안을 위해선 운영적인 보안·기술적인 보안·관리적인 보안 등을 해결해야 하는데, 블록체인 자체만으로는 운영관리상 보안이 완벽하지 않다. 이걸 알리기 위해 2년 정도 활동했고, 지금은 그에 맞는 상품을 만들고 있다. 보안이 보장되는 블록체인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다.

Q. 실제로 최근 거래소 해킹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A.
2018년을 기준으로 각 은행의 ID센터 해킹 건수가 매일 3만건에서 3000건으로 줄었다. 해커들이 은행 대신 거래소를 공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은행과 달리 거래소에선 이런 공격을 버티기 힘들다는 거다.

Q. 은행이 거래소보다 해킹을 잘 버티는 이유가 있나?
A.
일반적으로 은행에서 1년 동안 보안에 2000억원 정도의 비용을 들인다. 반면 국내 최고 거래소 중 하나인 빗썸의 2019년 보안 비용은 200억원 수준이었다. 이보다 보안에 비용을 적게 들이는 거래소가 대부분일 거고 자연스럽게 해커들의 공격에 취약해진다. 특금법으로 거래소들이 은행 수준의 보안을 갖추면 국내 거래소의 해킹도 줄어들 거라고 생각한다.

Q. 특금법 참여로 대기업 참여가 증가할 거라고 보는 이유는?
A.
특금법을 통해 가상화폐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블록체인으로 은행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거다. 예를 들어 삼성 전자가 현재 지갑 서비스를 넘어 거래소를 만들고 커스터디·대출 서비스를 하거나 삼성화폐를 만들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거대 IT기업이 이미 페이먼트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은행 서비스라고 안하리란 보장은 없지 않나.
기태현 블록체인시큐리티 대표. 사진=블록스트리트
기태현 블록체인시큐리티 대표. 사진=블록스트리트
Q. 은행도 블록체인에 뛰어들까?
A.
이미 2~3년 전부터 여러 은행에서 블록체인 관련 부서를 만들었다. 이제 성과를 낼 때라고 생각한다. 대기업·은행 등 자금이 많은 회사들은 블록체인에 뛰어들고, 기술이 있는 회사는 기술을 팔 거라고 본다. 기술은 더 쉬워지고, 산업은 대기업 차원으로 풍성해지고, 서비스는 훨씬 더 많이 늘어날 것 같다.

Q. 앞으로 비전이나 계획이 궁금하다.
A.
콘텐츠를 모으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 이미 통신사들은 5G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킬러 콘텐츠 앱을 만드는 쪽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에선 한국이 ‘다음 세대의 문화’를 갖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AR이나 VR의 기술은 미국이 빠를지 몰라도 콘텐츠는 우리나라가 앞설 거라고 생각한다.

Q. 블록체인이 콘텐츠에 어떻게 접목될지 궁금하다.
A.
유료 결제뿐만 아니라 보상에도 블록체인을 적용할 수 있다. 5G시대엔 오디션 프로그램 등 소비자 참여형 콘텐츠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때 가상화폐라는 보상으로써 소비자의 액션을 유도할 수 있다. 블록체인이 보상이자 보안의 대안이 되는 거다. 장기적으로는 인간의 모든 행동에 보상을 줘 소비와 동시에 수익을 내도록 만들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Q. 블록스트리트 자문단으로서 기대하는 역할이 있다면>
A.
표준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싶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전문가로 일하는 자문위원들이 각자 의견을 내고, 그 기준들에 맞는 표준을 만들면 블록체인 기술이나 기업을 보다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정보 전달과 자문·컨설팅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도울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주동일 기자 j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