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불공정 약관 ‘수두룩’…코빗 9개 항목 적발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7-28 12:01 수정 2021-07-28 12:01

공정위, ISMS 인증 획득 8개 거래소에 이용약관 시정 권고
소비자 불리한 약관 개정하고 사용자 암묵 동의 ‘명시 부당
월 이용금액 과도, 비밀번호 연속오류 이용제한 등 시정권고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이수길 기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이수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대표 8개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들의 불공정 약관을 적발, 시정을 권고했다. 이들 거래소들은 약관 상 부당한 면책, 예측하기 어려운 준칙, 제공 서비스를 자사 사정에 따라 수시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들을 약관에 명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 이용요금이 과도해도 사업자 자의에 따라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가 조사한 총 15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 조항 중 가장 많은 위반 사례가 적발된 거래소는 코빗, 가장 적은 업체는 빗썸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28일 국내 8개 가상자산 거래소가 사용하는 이용약관을 심사, 15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 조항에 대해 시정을 권고했다. 시정 권고를 수용하지 않는 경우 공정위 의결을 거쳐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공정위는 가상자산 이용자 급증, 불법행위 증가로 인해 투자자 피해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의 이용약관에 대해 직권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대상은 4월20일 기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한 16개사다.

거래소 규모를 고려,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 ▲빗썸코리아, ▲스트리미, ▲오션스, ▲코빗, ▲코인원, ▲플루토스디에스, ▲후오비 등 8개사에 대해서는 현장조사를 실시했고 해당 결과가 28일 공개됐다. 나머지 8개 업체들의 경우 이용약관을 검토 중에 있으며 불공정약관 조항에 대한 조치를 올해 중 마무리할 계획이다.

◇불리한 약관 개정에도 사용자 암묵 동의 ‘명시’, 사업자 면책 조항도

이들 8개 거래소들은 약관 상 부당한 면책, 예측하기 어려운 준칙, 제공 서비스를 자사 사정에 따라 수시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들을 약관에 명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8개사 모두 약관 개정 시 고객의 명시적 의사표시가 없을 경우 동의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을 약관 조항에 포함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고객 권리에 주요 영향을 미치는 약관이 변경될 시 고객이 충분히 알 수 있도록 1개월 사전 공지해야 하지만 이들 거래소들은 7일의 공지기한만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회원이 거부 의사를 표명하지 않을 경우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불리한 효과가 나올 수 있음에도 약관 개정에 동의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약관에 명시했다.

공정위 측은 “약관법 제12조 및 제6조에 따라 해당 약관 조항은 의사표시 의제조항 및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 무효”라고 설명했다.

또 8개사 모두 사용자가 변경사항을 거래소에 알리지 않거나 회사 통지를 사용자가 확인하지 않아 발생한 불이익에 대해서 회사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약관 상 규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민법 상 천재지변과 같은 불가항력적 사유를 제외하고 사업자 과실로 인해 고객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면 손해배상책임을 져야한다. 하지만 이들 8개사는 면책 조항을 약관에 명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해당 약관 조항은 사업자의 고의, 과실로 인한 법률 상의 책임을 배제하고 사업자가 부담해야할 위험을 고객에게 전가,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한 조항에 해당, 무효”라고 판단했다.

빗썸코리아를 제외한 7개사는 회사의 판단에 따라 이용계약을 중지할 수 있는 조항을 약관에 포함시켰다가 시정 권고를 받았다.

계약의 중지 및 해지의 경우 고객이 예측 가능하도록 구체적이어야 하지만 해당 약관에는 경미하거나 사소한 약관 의무를 위반한 경우까지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명시됐다.

공정위는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는 해지권을 부여하거나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으며 계약 해지 사유가 지나치게 포괄적, 추상적으로 규정됐다”면서 시정을 권고했다.

◇월 이용금액 과도해도 이용 제한, 부당 환불 조항 등 시정 권고

두나무, 스트리미, 코빗, 코인원, 플루토스디에스, 후오비 등 6개사는 월별 이용금액이 과도하거나 비밀번호 연속 오류 등에 대해 서비스 이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약관에 규정했다가 공정위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고객이 서비스 이용을 제한받을 수 있을 경우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하지만 해당 조항에는 어느정도의 금액이 과도한지 몇회를 반복해 오입력한 경우인지 여부가 명시돼 있지 않았다. 경미하거나 사소한 경우까지도 서비스 이용을 제한할 수 있는 등 포괄적, 자의적으로 규정됐다는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두나무(업비트)와 후오비는 부당한 환불 및 반환 조항을 약관에 명시해 시정 권고를 받았다.

이들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선물받은 콘텐츠와 이자 수입, 절사된 금액에 대한 보상은 환불, 반환되지 않으며 최소 출금 가능 금액 보다 적은 잔고는 반환되지 않거나 이용계약 해지 시 모두 소멸된다고 규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당사자가 계약 해지 시 각 당사자는 민법 상 원상회복의 의무를 지고 있어 귀책 여부에 따른 위약금 등을 제외하고는 원상회복 내지는 반환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조항은 고객의 원상회복 청구권을 부당하게 포기, 불리하게 명시됐다.

코빗, 스트리미, 플루토스디에스 등 3개사는 회사 사정에 따라 서비스 변경, 교체 및 종료 등이 가능케 하고 고객에게 지급한 포인트를 명확한 기준이나 사전 안내 없이 취소할 수 있도록 약관에 규정한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위는 서비스의 변경 및 종료는 고객의 권리 및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사유 역시 명확해야 하며 사업자가 임의 제공한 이벤트성 포인트는 사전에 안내된 합리적 사유를 기반으로 취소돼야 한다면서 해당 약관 조항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날 발표된 공정위의 불공정약관 조사 결과 15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 조항 중 가장 많은 위반 사례가 적발된 거래소는 코빗으로 총 9개 항목이 적발됐다. 가장 적은 업체는 빗썸으로 2개 항목의 위반 사례가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번 시정 권고를 바탕으로 국내 4대 거래소를 비롯, 다수 거래소가 회원이고 업계 대표성을 지닌 한국블록체인협회 소속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불공정약관 조항을 자율 시정토록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기자 le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