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U 집금계좌 ‘꼼수’ 단속에…거래소 “실명계좌 발급 가이드라인 달라”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6-10 15:46 수정 2021-06-10 15:46

“실명계좌 발급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규제만 계속”
발급받은 거래소 단 4곳…그마저도 재계약 부담↑

사진=이수길 기자.
사진=이수길 기자.
금융정보분석원(FIU)이 타인명의 또는 제휴업체의 계좌로 돈을 거두는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들에 대해 집중 단속에 나섰다. 이와 관련 국내 거래소들은 실명계좌인증 발급 가이드라인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FIU는 상호금융 및 소규모 금융회사의 계좌를 집금계좌로 사용하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집중 단속한다. 시중은행이 집금계좌 개설을 엄격히 제한하자 ‘꼼수’를 사용하는 거래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FIU는 “시중은행의 타인명의 계좌 및 위장 제휴업체 계좌를 활용하는 등 숨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일부 가상자산 사업자는) 상호금융 및 소규모 금융회사의 계좌를 집금계좌로 운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거래소들의 위장 집금계좌는 ▲타인명의 집금계좌 운영 ▲제휴업체를 이용한 간접 집금계좌 운영 ▲은행 이외 집금계좌 운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FIU는 행안부·중기부·관세청·금감원 등 11개 검사수탁기관과 함께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서비스를 적용하지 않은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집금계좌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전체 금융회사 등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사업자 위장계좌 또는 타인명의 집금계좌를 전수조사하고, 월단위로 현황 정보를 조사해 유관기관과 금융회사와 공유할 계획이다.

거래목적과 다르게 운영 중인 위장계좌나 타인계좌에 대해서는 금융거래 거절 또는 종료 조치를 취한다. 또 집금계좌에서 타인계좌나 개인계좌로 거액의 예치금이 이체되는 등 의심스러운 거래가 발생하면 바로 FIU에 의심거래로 보고한다.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에 따라 9월 24일까지 실명확인 입출금계좌(실명계좌)를 발급받아야 한다. 해당 기한까지 실명계좌를 받은 뒤 가상자산 사업자로 등록해야만 사업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명계좌 발급 기준 등이 정확히 정해지지 않은 데다 일부 시중은행이 계좌 발급을 거부하면서 많은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중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기업은 단 4곳 뿐이다. 이마저도 올해 재계약에 성공할지를 두고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FIU가 계좌단속을 강화하면서 불만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실명계좌 발급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현실적인 계좌 개설 등은 외면한 채 규제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규제 당국의 압박이 계속되면서 은행에서 실명계좌 발급 가능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실명계좌 발급 기준이 모호해 규제를 준수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제기했다”며 “얼마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ISMS 인증을 받은 거래소의 간담회에서도 실명계좌 발급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정부는 이를 철저하게 외면하면서 규제만을 고집하고 있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규제 당국이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을 여러 차례에 걸쳐 직접적으로 해왔다”며 “이 같은 기조가 은행에 압박으로 작용해 실명계좌 발급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동일 기자 j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