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제도화②]특금법 시행됐지만 ISMS·실명계좌 ‘이중고’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3-31 07:07 수정 2021-05-10 13:45

특금법 신고 요건 ‘ISMS 인증’ 거래소 16곳 불과
실명계좌 4대 거래소만 획득 “가이드라인 필요”

사진=PIXABAY
사진=PIXABAY
디지털자산(가상자산‧암호화폐)을 제도권으로 인입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시행됐지만 관련업계에서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 실명계좌 발급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학계와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100여개를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들 가운데 특금법 상 디지털자산 취급업체 신고 요건을 충족하는 업체는 극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금법에서는 ISMS 인증 획득, 은행 실명계좌 발급을 디지털자산 취급업체 신고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들 가운데 ISMS 인증을 획득한 거래소는 16개사다. 지난해 특금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당시 인증 획득 거래소가 6곳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년 새 불과 10곳만 ISMS 인증을 획득했다. 국내에는 약 100여개의 디지털자산 거래소가 운영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신고 요건 중 하나인 실명계좌의 경우 실명계좌의 경우 국내 4대 거래소가 전부다.

빗썸은 농협은행, 업비트는 케이뱅크와 협력하고 있다. 코인원은 농협은행, 코빗은 신한은행과 실명계좌 이용 계약을 맺었다. 현재 고팍스가 시중은행과 실명계좌 발급을 논의 중이다. 국내 거래소들은 약 1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실명계좌가 발급됐거나 본격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곳은 불과 5개사다.

은행권에서는 디지털자산 거래소들의 실명계좌 개설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흐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관련 사고가 날 시 책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실명계좌 발급에 주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8년 1월30일부터 디지털자산 실명확인 계좌로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자산 거래 실명제를 도입했다.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던 김용범 현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은행들의 자율적인 판단인데 엄격한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서 신규 회원이 추가돼야 할 것”이라며 “상시점검팀이 나가서 집중적으로 이와 관련한 사항을 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거래소에 계좌를 발급해줬다가 향후 문제가 발생할 시 은행사에 책임을 묻겠다는 의도로 평가했다.

실제로 디지털자산 거래 실명제 도입 이후 실명계좌 발급은 지지부진이다. 실명제 도입 이후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것은 지난해 케이뱅크로부터 계좌를 발급받은 업비트가 유일하다.

실명계좌 개설을 못한 디지털자산 거래소들은 법인 계좌 아래에 다수의 다른 고객 계좌를 두는 형태의 일명 ‘벌집 계좌’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특금법 상 신고 유예기간인 9월 24일까지로 한정돼 있다.

해당 기간까지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디지털자산 거래소들의 경우 ISMS 인증 등 다른 의무 조건을 갖춘 뒤 원화 입출금 서비스를 제외하고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원화 입출금을 제공하지 않으면 국내 이용자들 입장에서 메리트가 떨어져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어 실명계좌가 없는 거래소들의 경우 이벤트 등을 통해 고객 이탈 방지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학계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한 가이드라인 등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은 지난 22일 진행된 한 토론회에서 “디지털자산 사업자 신고 매뉴얼에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조건부 발급받을 수 있게 한 점은 다행스럽지만 여전히 은행들은 발급을 꺼려 하고 있다”면서 금융당국이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지털자산 거래소 역시 ISMS 인증, 실명계좌 발급 등과 관련해 이중고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ISMS 인증 부담에 더해 실명거래 계좌 가이드라인 부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특금법 전부터 비판받은 문제가 아직도 잘 해결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진 기자 le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