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열풍③]韓 제도화 첫발 ‘특금법’의 명과 암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 방지 규정 담은 특금법 3월 시행
“디지털자산 거래 사실상 제도화” 등 업계선 긍정 전망
“중소거래소 비용 부담 등으로 운영 어렵다” 우려 계속

디지털자산(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의 자금세탁과 테러자금조달을 방지하기 위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업계에선 디지털자산 거래가 제도권 영역에 첫발을 딛으며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해소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선 ISMS 인증과 실명거래계좌 발급 부담으로 중소거래소들의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특금법은 올해 3월부터 시행된다. 특금법에 따라 거래소들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고, 은행들로부터 실명거래계좌를 발급받아야만 한다. 실명거래계좌란 거래소의 관리계좌와 각 이용자들의 전용계좌의 은행을 통일해 입출금자를 확인할 수 있는 계좌를 말한다.


ISMS 인증은 정보통신망의 안전성 확보하고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운영 중인 관리·기술·물리적 보호조치를 포함한 종합적 관리체계다.

현재 ISMS 인증을 받은 거래소는 고팍스, 빗썸, 업비트, 에이프로빗, 지닥, 케셔레스트, 코빗, 코인원, 텐앤텐, 플라이빗, 한빗코 등 11개다.

금융위는 특금법 시행령 발표와 함께 해당 개정안이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지난해 11월 밝혔다. 어디까지나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여에 그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특금법 시행과 함께 업계에선 디지털자산이 제도화됐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왔다. 반면 당시 금융위는 “특금법은 국제기준인 FATF 권고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부과하는 것일 뿐, 제도화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금융회사에게 새로운 의무를 부과한 것이 아니다”라며 “금융회사가 고객(사업자)과의 금융거래 등에 내재된 자금세탁 위험을 식별, 분석하도록 한 특금법상 고객확인 의무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디지털자산 거래가 결과적으로 정부 정책의 규제를 받으면서 사실상 제도화에 첫 발을 딛은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이 지배적이다. 특히 기존에 디지털자산 거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일부 해소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단 특금법 시행령을 통해 중소거래소의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ISMS 인증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인증 비용을 포함해 1억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며 “중소거래소가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과기정통부가 디지털자산 특화 ISMS 점검항목 56개를 새로 포함하면서 디지털자산 거래소들의 부담이 더 높아졌다. 당시 과기정통부는 금융위원회(금융보안원)와 함께 지갑·암호키·전산원장 관리·비인가자 이체탐지 등 디지털자산 특화한 ISMS 점검항목을 추가해 디지털자산 거래소들은 기존항목 325개에서 381개 항목을 받게 됐다.

이에 실명거래계좌 발급 부담과 오더북 공유 금지 조항까지 더해지며 중소 디지털자산 거래소의 운영은 더 어려워졌다. 오더북 공유란 타 거래소와 매물을 공유해 A 거래소 이용자와 B 거래소 이용자들끼리도 서로 거래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오더북을 공유할 경우 중소 디지털자산 거래소의 거래가 활발해지는 등 유동성이 풍부해지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거래자 신원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로 특금법 시행령에선 오더북 공유가 금지됐다.

실제로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의 유한회사 바이낸스KR의 경우 지난해 12월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바이낸스KR은 서비스 종료 이유에 대해 낮은 거래량 때문이라고 답했지만 업계에선 특금법 시행령으로 사실상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한편 업계에선 기존 특금법이 규제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산업 진흥에 중점을 둔 별도법이 새로 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가상자산금융협회는 디지털자산 진흥법 제정을 목표로 출범했고,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해 9월 ‘블록체인 진흥 및 육성 등에 관한 법률’을 대표발의했다.

주동일 기자 j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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