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CBDC ‘박차’…美·中·日 등 해외선 어떻게?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0-06-19 17:29 수정 2020-06-19 17:29

중국, 발행준비 공격적…선전 등에선 시범사업
미국·캐나다, 발행의지 크지 않지만 연구 지속해
러시아, CBDC 이전 디지털 자산 금지 두고 논박

사진=도널드 트럼프 공식 페이스북 계정
사진=도널드 트럼프 공식 페이스북 계정
한국은행이 법률자문단을 통해 올해 외부연구용역 주제를 선정하고 결과 평가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15일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자산) 발행에 필요한 법률 제·개정 등을 위해 법률자문단을 꾸리고 정기회의를 열었다.

법률자문단 구성은 지금까지 CBDC 연구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발행 계획은 없다던 기존 행보와 대조적이다. 실제로 한은은 지난해 2월 발행한 보고서에서 CBDC가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평했다.

하지만 한은은 CBDC 도입 파일럿 시스템을 구축해 2021년부터 테스트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4월 밝혔다. 이달 11일 열린 한은 창립 70주년 기념사에선 이주열 총재가 “중앙은행으로서 변화의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한은도 현재 진행 중인 CBDC 연구·개발을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로 국가 간 송금·결제가 비교적 빠르고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중앙은행의 디지털 혁신 필요성과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수요가 증가하면서 CBDC에 대한 관심은 세계적으로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이미 CBDC 관련 특허 84개를 내고 일부 도시에서 테스트에 돌입한 상태다.

중국 인민은행은 2014년부터 디지털 화폐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주요국 중앙은행 중에선 최초다. 기존엔 2019년 11월 CBDC를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현재 다소 연기된 상태다. 하지만 1월 CBDC 관련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3월 CBDC 관련 특허 84건을 등록하는 등 공격적으로 CBDC 발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부터 선전·슝안신구·청두·쑤저우 등 4개 도시에서 CBDC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슝안신도시에선 맥도날드·스타벅스 등 프랜차이즈부터 편의점·서점·영화관·호텔 등 다양한 지점에서 CBDC를 사용할 수 있다. 현재 닛케이아시안리뷰 등 외신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맞춰 CBDC를 출범할 계획이다.

반면 미국은 CBDC 발행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CBDC 발행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연이어 발표하고 있지만 CBDC 연구에 지속 투자 중이다.

실제로 라엘 브레이나드 연준 이사는 올해 2월 열린 스탠포드 대학원 경제 세미나에서 “분산원장기술과 CBDC 잠재력 등 디지털 화폐 활용 방안 연구와 실험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갈수록 많은 국가가 CBDC 연구와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며 “미국 역시 해당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같은 달 CBDC 개발에 투자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달 17일 온라인 공청회에선 ”CBDC 발행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직 CBDC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을 수립하지는 않았다“고 말하며 아직 공식적인 발행 의사는 없지만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갈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캐나다 역시 CBDC 발행할 계획이 없다고 그동안 공식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캐나다 중앙은행은 CBDC 개발 프로젝트 매니저를 채용하는 공고를 6월 올렸다. 해당 직군은 CBDC 시범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업무를 맡는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일본 중앙은행·유럽중앙은행·잉글랜드은행 등 주요 5개국 중앙은행과 함께 CBDC 발행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일본은 리브라 출범 이후 적극적으로 CBDC 연구에 착수하고 있다. 리브라는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이 참여한 디지털 자산 생태계 구성 프로젝트다. 일본은 리브라가 출범한 지난 1월 유럽연합·잉글랜드·캐나다 등이 참여한 CBDC 발행을 연구하는 조직을 만들었다.

일본은 기존에 ‘스이카’ 등 디지털 화폐를 지역화폐 등의 형태로 사용하는 국가다. 법적·기술적 한계로 빠른 시일 안에 CBDC를 발행하긴 어려울 수 있지만, 이 같은 디지털 화폐 보급 선례가 CBDC 발행의 근간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러시아는 디지털 자산 자체를 적극 규제할지를 두고 논박이 오가는 분위기다. 디지털 자산 형태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은 CBDC에 대해서도 다소 회의적인 입장이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CBDC 발행 필요성은 명확하지 않다“며 “여러 우려점이 있지만 특별한 장점은 없어 보인다”고 지난해 10월 말했다.

하지만 이후 일부 외신에선 디지털 루블 발행 가능성을 보도가 나왔다. 구체적으론 실물 자산에 연계한 형태의 스테이블코인을 중이다. 하지만 의회에서 금융 시스템 위협 가능성 등을 근거로 디지털 자산 규제 초안을 발의하고 이달 사법부가 반대 성명을 내는 등 여전히 디지털 자산 보급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스웨덴은 유럽 국가 중에선 최초로 올해 CBDC 테스트를 시작했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2016년부터 스웨덴 법정화폐 크로나화를 디지털화한 ‘이크로나’ 연구를 진행해왔다. 스웨덴은 무현금사회에 대비해 기존 현금을 보완하는 방안으로 CBDC 발행을 준비 중이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스웨덴과 함께 CBDC 발행 의사를 적극적으로 보이는 나라로 꼽힌다. 5월 ‘디지털 유로’로 불리는 CBDC 테스트를 완료하는 등 유럽 연합 전체 내에서 사용 가능한 디지털 화폐를 개발 중이다.

싱가포르 중국과 함께 CBDC를 응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5월엔 JP모건 등과 함께 캐나다 은행과 CBDC를 주고받는 네트워크 연결 실험을 진행했다. 싱가포르는 CBDC를 통해 국가 간 송금과 지불의 속도·비용을 효율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리투아니아 중앙은행은 디지털 기념화폐 LB코인을 7월에 발행할 계획이다. 일반 화폐처럼 시중에 유통되진 않지만 2018년부터 블록체인 연구를 진행해온 성과로 의미를 두고 있다.

주동일 기자 j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