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에 양도소득세 부과?…업계·투자자 ‘갑론을박’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0-06-12 14:39 수정 2020-07-13 14:05

특금법 개정안 통과에 과세 부과 급물살
“세금 부과 전 법적 보호장치 마련 우선”
“과세 방안 현재 검토 중…결정된 바 없다”

디지털자산에 양도소득세 부과?…업계·투자자 ‘갑론을박’
기획재정부가 디지털자산(가상 자산)에 대해 과세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재부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된 바 없다며, 말을 아꼈으나 시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디지털자산의 세금부과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12일 기재부는 디지털자산에 양도소득세를 적용한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방안은 현재 검토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이날 정부가 이르면 내년부터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과 같은 디지털자산 거래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기로 잠정 확정했다는 내용에 반박한 것.

앞서 업계에서는 지난 2017년 디지털자산 거래 인가제 도입과 양도세 부과를 골자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가상화폐(디지털자산) 관련 법령 개정안’을 토대로 정부가 디지털 자산에 세금 부과에 나설 것으로 추정해왔다.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와는 별개로 2018년 대법원이 비트코인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자산으로 판시한 만큼 세금 부과는 시간 문제라는 해석이다.

현재 국내에서 디지털자산 거래에 따른 차익에 대한 과세 기준은 없다. 디지털자산을 자산으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해온 미국·독일 등과 달리 국내에서는 법적 근거가 부족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외 계좌를 활용해 디지털자산 상속·증여로 세금을 피하는 일부 부작용이 일기도 했다.

이런 정부 움직임에 시장 반응은 엇갈리는 중이다. 디지털자산과 관련해 아직 이렇다 할 법적 보호장치가 없는 시점에서 과세 검토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금 부과 전 재산으로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무작정 과세 방침은 부작용만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양도소득세는 투기로 인한 불로 소득 일부를 세금으로 환수해, 정책 세제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업계에서는 디지털자산도 엄연히 화폐의 종류이기 때문에 양도소득세 부과가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디지털자산과 비슷한 성격의 주식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과세 기준이 정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가격 변동성이 심한 디지털자산 특성상 양도차익 과세 시점을 명확하게 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양도소득 계산을 위해서는 회계 기준이 필요하나, 디지털자산 가치는 거래소마다 다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글로벌 거래소에서 모두 거래되는 코인의 경우 국내 뿐 아니라 해외 가치 기준도 고려해야 한다.

외국인에게는 양도소득세를 물릴 수 없는 점도 문제다. 국내 현행소득법상 양도소득세는 내국인만 납부한다. 만약 똑같은 코인으로 시세차익을 봐도 내국인만 세금을 내야 해,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

한편 이에 대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자산에 대해 세금 부과는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진행해야 할 일”이라며 “단기적으로 비과세로 디지털 자산 거래 인프라를 확보한 뒤 세금을 부과해도 늦지 않다”라고 우려했다.

장가람 기자 j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