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챗’ 운영사 텐센트, 블록체인 등 신기술 86兆 투자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0-05-27 18:06 수정 2020-05-27 18:06

CBDC 발행 적극적인 “중국 정부에 발맞춘다” 분석도 나와

‘위챗’ 운영사 텐센트, 블록체인 등 신기술 86兆 투자
메신저 앱 위챗 등을 운영하는 중국 IT기업 텐센트가 블록체인을 포함한 신기술에 7000만달러(약 86조원)를 투자한다. 텐센트는 지난해 중국 정부가 적극 발행하려는 중국 CBDC(중앙은행 가상화폐)의 선 유통 기업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에 텐센트의 블록체인 투자가 CBDC 발행과 연관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코인데스크·로이터 등 외신은 텐센트의 신기술 투자 계획을 지난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구체적으로는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 사이버 보안과 블록체인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각 부문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텐센트 다우슨 통 부사장은 이번 투자 계기에 대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침체된 경기가 조금씩 완화되는 상황”이라며 “새 인프라 전략을 펼치고, 바이러스 퇴치에도 이바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국이 공격적으로 진행 중인 CBDC 발행 사업에 발맞춘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가상화폐(암호화폐·가상자산)로 비트코인 등 기존 가상화폐와 달리 법정화폐와 가격이 연동되는 것이 특징이다. 중앙은행이 관리하는 만큼 이용자 신뢰도가 높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중국은 안팎으로 적극적인 CBDC 발행 의지를 보여온 것이다. 올해 2월을 기준으로 중국은 CBDC와 관련해 84개에 달하는 특허를 출원했다. 이달 21일엔 중국 정계 고문들이 경기 회복을 위해 한국·일본·중국·홍콩의 준비통화를 기반으로 CBDC를 발행하자고 제안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중국의 CBDC는 연내 출시 예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텐센트의 86조원 규모 투자는 중국 정부의 정책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중국건설은행장 폴 슐트는 지난해 8월 포브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텐센트 등 중국 일부 기업이 중국의 CBDC를 먼저 유통 받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텐센트가 CBDC 발행과 연관되는 것은 텐센트가 세계적인 메신저 서비스 ‘위챗’을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위챗은 지난해 기준 월 사용자가 11억명에 달할 정도로 많은 이용자를 보유한 데다가 ‘위챗페이’ 등 결제 서비스를 지원한다. 또 텐센트는 인기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운영사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하는 등 세계 게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텐센트와 협력할 경우 중국 정부 측에선 CBDC 이용자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며 “텐센트는 알리바바, 화웨이 등과 함께 중국 정부에 친화적인 성향을 보여 온 대표 기업 중 하나인 만큼 중국 정부의 요청을 빠르게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텐센트는 지난해 11월 홍콩에 블록체인 기반 가상은행을 열고 12월 가상화폐 연구그룹 설립 계획을 밝히는 등 중국 정부가 CBDC 발행에 박차를 가할 때와 비슷한 시기부터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주동일 기자 j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