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피해 ‘다크 코인’ 캐는 북한…미국 “규제안 낼 것”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0-02-17 17:18 수정 2020-02-17 17:18

익명성 강한 가상 화폐 ‘다크 코인’
달러 대신 자금 조달 수단으로 쓰여
트럼프·므누신, 규제 방안 의사 밝혀

사진=도널드 트럼프 공식 페이스북 계정
사진=도널드 트럼프 공식 페이스북 계정
북한이 가상(암호)화폐를 채굴하면서 북한 내 인터넷 사용량이 지난 3년간 약 30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가 아닌 익명성을 강조한 가상 화폐 ‘다크 코인’을 통해 경제 제재를 피해가는 것이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가상 화폐를 규제하겠다는 뜻을 강력히 밝혔다.

미국 보안업체 레코디드 퓨처가 지난 9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내 인터넷 사용량 증가는 모네로 등 가상화폐 채굴과 블록체인 기술 연구, 금융 범죄 등이 주요 목적으로 추정된다.

모네로(XMR)는 시가총액 순위 13위에 달하는 프라이버시(다크) 코인으로, 일반 가상화폐들과 달리 익명성이 높고 추적이 불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공식 슬로건 역시 이를 강조한 ‘Secure(안전한), Private(익명의), Untraceable(추적 불가능한)’을 내걸었다.

모네로에서 특정 거래에 참여한 결제 키를 조회하면, 거래 희망자의 결제키와 퍼블릭키가 함께 나타난다. 이 때문에 결제키를 알지 못하는 외부인은 결제 내역을 추적할 수 없다. 또 송금자들에게 일회성 주소를 발급해 코인을 받은 이들도 보낸 사람을 알 수 없다. 여기에 링CT라는 기술을 적용해 거래액까지 볼 수 없게 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비트코인·라이트코인과 함께 모네로 채굴·절취·생산에 집중하는 것으로 봤다. 보고서는 “2019년 5월 북한의 모네로 채굴은 2018년보다 10배 늘었다”고 설명했다.

모네로 등 프라이버시 코인은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금 세탁과 마약 거래·테러 자금 지원 등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자금 세탁 우려 등의 이유로 모네로는 지난해 11월 가상 화폐 거래소 ‘비트베이’에서 상장 폐지됐다.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 업비트 역시 같은 해 9월 모네로 등 프라이버시 코인을 상장폐지했다. 업계에선 거래소가 가상 화폐 송금·수취인의 정보를 수집하고 보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의 ‘암호화폐 국제규제 가이드라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경제 제재를 피해 가상 화폐로 자금 조달 중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레코디드 퓨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을 인용해 “그동안 최소 35개국의 금융기관과 암호화폐 환전소가 북한의 사이버 공격을 당했다”며 김정은 정권으로 유입된 피해액이 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레코디드 퓨쳐 소속인 프리실라 모리우치 전 국가안보국 동아시아 태평양 사이버 안보담당관 역시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모네로의) 특성이 북한에 국제금융 시스템의 감시를 피하고 유엔 대북제재를 피해 자금을 이동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며 “미국은 역내 관계국들과 공조해 대북제재망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같은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가상 화폐 관련 불법 행위를 단속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예산안을 10일 공개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역시 12일 가상 화폐가 “과거 스위스 은행 비밀 계좌처럼 사용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규제안을 발표를 예고했다.

주동일 기자 j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