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CBDC 적극 검토한다는데…“가상화폐 규제강화” 외친 트럼프 왜?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0-02-13 08:02 수정 2020-02-13 08:02

연준과 트럼프 정부 정책 기조 엇박자
업계 “규제 아닌 가이드라인 만들려는 것”
“규제와 육성 동시 주장 자연스러워” 의견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상(암호)화폐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4조 8000억달러(약 5697조원) 규모 ‘2021 회계연도 예산안’을 지난 10일(현지시각) 의회에 제출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가 지난 6일 스탠퍼드 대학교 컨퍼런스에서 CBDC 연구 의지를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출한 예산안엔 국토안보부 산하 비밀경호국을 재무부로 이관·통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로써 재무부의 가상화폐 규제 권한을 강화할 전망이다. 비밀경호국은 미국 대통령 등의 경호와 함께 금융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예산안에서 “비밀경호국을 재무부에 통합할 경우 가상 화폐와 금융 시장 등 각종 불법 행위에 대한 조사를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테러 단체로 자금이 유입되는 등의 불법행위와 인권남용을 막고 금융 범죄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브레이너드 미 연준 이사가 CBDC 논의의 중요성을 강조한 지 5일만이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달러화의 중요도를 고려해 미 연준이 CBDC의 정책 개발과 연구의 개척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화폐의 잠재적인 활용 사례와 분산 원장 기술에 대한 연구·실험을 진행 중”이라며 “디지털화는 더 저렴하고 편리한 방식으로 결제 방식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등에서 활동하는 일부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트럼프가 갑자기 가상화폐에 대한 노선을 틀었다며 비난했다. 이에 한 업계 관계자는 규제를 통해 가상화폐가 범죄 등의 우려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며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내겠다는 의지로 볼 수도 있다”며 “어떤 내용이 나올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가이드라인 내용에 따라 가상화폐 업계를 범죄 우려로부터 분리해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가이드라인이 없다보니, 전부터 합법적인 사업을 희망하는 이들의 국가 규제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규제를 만들어달라는 업계는 블록체인 업계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블록스트리트 자문위원 블록체인컴퍼니 최정록 대표는 미국 정부에서 가상 화폐 규제와 관련해 상충되는 의견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그는 “정부 입장에서 규제하겠다는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며 “가상화폐를 육성하겠다는 것은 정부의 경제 정책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상화폐를 가치교환 수단으로 봤을 때, 모든 국가는 자국 화폐가 가치교환 수단으로 쓰이길 원한다”며 “금이나 외화의 경우를 봐도, 어떤 국가도 통제 없이 통용되도록 용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통제되지 않은 가치 교환 수단이 유통될 때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 대표는 “예를 들면 암거래 시장에서 외화과 유통되면, 국가가 환율 등을 잡을 수 없다”며 “이중 환율이 일어나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하지만 반대로 블록체인 산업을 규제하겠다고는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여전히 사용되는 코인과 블록체인만의 기술이라는 장점이 있다. 이를 육성하지 않거나 개발하지 않겠다고 말한다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같은 이유 때문에 한 정부 안에서 금융 담당 부처는 규제를 주장하고, 산업을 키워야 하는 부서에선 긍정 신호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동일 기자 j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