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소프트, 지분 투자 코인제스트에 ‘골머리’

블록스트리트 등록 2019-12-26 08:14 수정 2019-12-26 08:14

작년 가상화폐거래소 세우면서 주목
6개월간 출금 중단하며 ‘먹튀’ 논란
한빛소프트와 ‘증자’ 협의키로 발표
전종희 대표, 지분인수…투자자 혼란

한빛소프트, 지분 투자 코인제스트에 ‘골머리’
‘오디션’ 게임으로 잘 알려진 한빛소프트가 작년에 지분을 투자한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제스트(COIN ZEST)’ 때문에 덩달아 곤혹을 치르고 있다. 코인제스트는 한 때 거래량이 국내 대표 가상화폐거래소인 ‘빗썸’과 ‘업비트’를 넘어서면서 설립 초기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왔지만, 지난 8월부터 원화 입출금을 중단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사건은 작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내에 가상화폐거래소가 그렇게 많지 않았던 시절 코인제스트는 그야말로 ‘혜성’ 같이 등장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가상화폐 거래소’라는 타이틀을 걸고 등장한 코인제스트는 당시 400억원 매출의 게임소프트웨어 회사인 한빛소프트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작년 3월에 공식적으로 오픈했다.

당시 한빛소프트는 제스트씨앤티를 통해 코인제스트 지분을 투자했으며, 한빛소프트는 작년 6월 제스트씨앤티를 계열편입하게 된다. 현재 제스트씨앤티에 대한 한빛소프트의 지분율은 25%이며, 코인제스트의 상호명은 제스트씨앤티 주식회사로 돼 있다.

코인제스트는 설립 초기부터 당시 국내 대표 가상화폐 거래소였던 ‘빗썸’ 등을 앞지르며 (거래량 기준) 국내 2위 자리를 한때 차지하며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것이 당시 코인제스트는 한빛소프트라는 주주가 코스닥 상장사임을 강조하며 홍보 활동에 나서면서 투자자들을 발빠르게 유치할 수 있었다. 또 당시 거래소 자체 가상화폐인 코즈(Coz)를 발행시켰고, 한빛소프트 역시 자체 발행한 코인인 ‘브릴라이트’를 코인제스트에 상장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코인제스트의 전성기는 그리 길지 못했다. 올해 초 이벤트 코인 ‘에어드랍’(Air-Drop) 도중 전산 오류가 발생하면서부터 코인제스트의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즉 당시 1개에 40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는 비트코인의 가격이 5만5000원까지 내려가는 등 암호화폐 가격이 말도 안되는 가격에 형성된 것이다. ‘에어드랍’이란 특정 암호화폐 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추가로 보유하고 있는 코인 수에 따라 새로운 코인을 일정 비율로 배분해주는 것을 뜻하면, 주식에서는 주주들에게 ‘배당’ 혹은 ‘무상증자’와 비슷한 개념이기도 하다.

이에 코인제스트는 지난 8월부터 전산오류가 발생됐다는 이유로 출금 및 거래 정지 조치를 시행했고, 출금 지연 문제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계속되는 출금정지로 투자자들과 갈등을 빚어온 코인제스트는 급기야 자금난까지 처하게 된다. 에어드랍 등으로 인한 세금 납부 등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기면서 현금 운영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코인제스트의 전종희 대표이사와 임원진의 ‘먹튀’ 논란까지 번지자 사측은 현재 주주로 참여 중인 ‘한빛소프트’의 존재를 투자자들에게 다시한번 부각시키며 이를 통해 자금난을 해결하고 정상화시킬 것이라고 공지했다. 즉 한빛소프트 등 주주들을 대상으로 ‘증자’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이다.

당시 코인제스트 측은 “주주인 한빛소프트가 앞장서서 ‘거래소는 출금 재개를 위해 노력중이고 주주들은 추가 출자를 위해 노력중’이라는 뜻을 전달하는 안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개인 주주보다 상장사인 한빛소프트의 입장이 투자자들에게는 더 신뢰감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한빛소프트가 발행한 암호화폐 브릴라이트가 코인제스트에 상장돼 있는 상황에서 주주로서의 권리를 포기해 버린다면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전종희 대표가 또다시 사내 홈페이지에 공지를 하며 “기존 주주들의 주식을 모두 인수하고, 또 사재 출연으로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자금을 충당키로 했다”고 발표하자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한빛소프트의 추가 출자로 자금난을 극복하겠다고 전했지만, 이 역시도 지연되는 과정에서 전종희 대표가 주주 지분을 인수하고 신규 투자자를 찾는 방안을 택한 것이다.

이에 투자자들은 “상장사가 주주라고 홍보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한빛소프트가 주주 명단에서 빠지는 것이냐”라는 등의 질타와 함께 급기야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자금난에 처하니깐 이제 와서 발을 빼는 것이냐”등의 한빛소프트를 향한 비난도 섞기 시작했다.

한빛소프트 관계자는 “코인제스트와 관련해서는 지분 투자한 관계일 뿐이고, 회사 역시 현재 손실을 보고 있다”라며 “또 회사는 코인제스트 측으로부터 ‘증자’ 요청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전달받지 못했고, 최근에 공지된 지분 인수 내용 역시 추후의 문제”라고 언급했다. 주주사인 한빛소프트가 이같은 발언은 코인제스트의 전종희 대표의 먹튀 논란이 더욱 가중된 셈이다.

안그래도 현재 전종희 대표는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피소까지 당한 상태다. 해당 대표를 고발한 법률사무소 황금률의 박주현 대표변호사는 “현재 피소된 전종희 대표는 그간 투자자들에게 출금 지연 문제를 해결하고, 회사 정상화 시킨다는 말로 안심시켜 왔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라며 “또 이러한 사건들은 대표 외에도 임원진들의 횡령·배임 문제가 늘 걸려 있기 때문에 검찰 측에 추가적인 공범자가 있었는지 확인 요청한 상태”라고 답변했다.

코인제스트 등기부 등본 열람 결과. 사진 = 김소윤 기자
코인제스트 등기부 등본 열람 결과. 사진 = 김소윤 기자
어찌됐던 코인제스트의 출금 지연 논란과 대표이사의 피소 사건 등으로 주주사인 한빛소프트 역시 이같은 논란에서 당분간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한빛소프트의 창업자이자 현재 코인제스트의 등기 이사로 올라와 있는 김영만 회장 때문이다. 아울러, 현재 한빛소프트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김유라 씨 역시 코인제스트의 등기 이사로 등재돼 있다. 일각에서 이 두회사의 관계가 단순 지분투자라고만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 이유가 이 때문이기도 하다.

김영만 회장은 지난 1999년 당시 한빛소프트를 창업한 인물이다. 한빛소프트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PC방 열풍의 핵심이었던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2’ 등의 게임을 유통하면서 몸집을 키웠으며, 이후 ‘오디션’의 흥행으로 크게 성장하고 2002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한빛소프트는 ‘헬게이트: 런던’ 등 이후 선보인 자체 개발 게임들이 연달아 흥행에 참패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고, 2008년 당시 최대 주주이자 대표직을 맡고 있던 김영만 회장은 회사를 티쓰리엔터테인먼트에 매각하면서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김영만 회장은 이후에도 등기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해 활동하면서 한빛소프트와의 연을 이어왔으며, 현재도 보유 지분율 6.12%로 2대 주주 자리에 올라있다.

김소윤 기자 yoon13@